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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8. 2021

역사는 이야기

한남의 History Cafe

역사는 어렵거나 외워야 하는 것이 이야기꾼들의 기록이다. 누군가가 어떤 해에 어떤 것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면 이해하기도 쉽고 저절로 외워진다. 자신과 배우자의 생일 혹은 결혼기념일까지 기억 못 하는 남자는 있어도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정도는 안다. 물론 기념일이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밥을 못 먹는 것을 넘어서 가장 괴롭다는 뭘 잘못했는데라는 도돌이표 같은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날이 아무리 추워졌어도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한남대의 캠퍼스는 조용하기만 하지만 거닐기에 딱 좋은 때다. 역사는 원래 그런 사람들의 기록이었다. 그냥 그 시대에 그 사람 혹은 사건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서 기록이 남아 있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뿐이다. 그게 역사가 된 것이다. 

이번에 이곳을 찾아온 것은 오래전에 한남대를 다녔던 여자 대학생들의 기숙사로 쓰였던 건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카페와 일부 콘퍼런스룸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여대생의 기숙사라고 하면 무언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공포영화의 배경 공간으로 남대생의 기숙사는 잘 등장하지 않아도 여대생의 기숙사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모두들 그냥 같은 사람이 사는 공간인데 말이다. 

저 앞에 담쟁이로 둘러 싸인 건물이 여대생의 기숙사였던 곳이다. 벽돌을 기반으로 고딕풍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생각보다 작다. 하기사 당시에는 여자가 대학을 다닌다는 자체가 상당한 일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면 이제 미래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제 대학교에 필요 없는 공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옛날에는 이 공간이 구획되어 있어서 학년마다 따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역사는 기록에 의해 남겨지고 우리 삶은 남겨진 것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모두 연계성이 있다. 가볍게 한 잔을 마셔볼 수 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위쪽으로 올라갔다. 분위기가 꼭 사감실이 있었던 것 같은 분위기다. 옛날에 사용했던 물건들도 보이고 창도 옛날 모습 그대로 남겨두었다. 오래된 어딘가의 기록에는 당시 학생들의 사진도 볼 수 있지 않을까. 

2층으로 문을 열고 나와서 보면 이런 모습니다. 마치 책과 사진,  영상으로만 본 이탈리아의 모습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할 것 같다. 그래 가끔씩은 분위기를 원했던 것이다. 저 멀리 지나다니는 다른 나라의 사람도 보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들리고 분위기는 대충 이런 모습 말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히스토리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담쟁이덩굴은 그냥 막 서로를 얽히고설켜서 올라간 것 같지만 역사를 가진 실타래처럼 서로를 이어주고 있다. 붉은색의 담벼락에 잘 어울리며 빛을 좋아하여 깊은 숲 속보다 자주 볼 수 있는 도시에서 함께하기를 더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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