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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2. 2021

백제 석탑의 정수

정림사지 5층 석탑 빛으로 만나다. 

누구나가 어떤 식으로든 간에 자신만의 탑을 쌓는다. 그 탑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간쯤 지나면 그때서야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에는 그 탑을 다시 새롭게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때가 있다. 물론 용기 있는 사람들은 다시 모든 탑을 부수고 새롭게 시작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삶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예술성과 의미를 가지고 남아 있는 석탑은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만든 것들이다. 

부여에 자리한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보기 위해 오래간만에 안으로 들어와 보았다. 부여 사람들에게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부여 정림사지에서 '사비, 빛의 화원'이라는 테마로 지난 12일부터 11월 13일까지 33일간 조용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정림사는 창건 후 고려시대인 서기 1,028년에 중건되었으며 정림사는 명칭은 고려시대의 명문에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창건 당시에도 그 명칭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정림사지 오층 석탑을 보면 좁고 낮은 단층 기단이 특징이며 전체적인 구조미는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정림사지 오층 석탑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목조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석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 한반도의 서남부에 있던 백제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세련되고 우아한 나라 백제, 백제인이 꿈꾸었던 이상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신비롭고 찬란했던 백제의 이야기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정림사지에서는 11월 13일까지, 오후 5시부터 전시를 하고 미디어아트 공연은 오후 6시 30분, 9시 30분 2회 진행한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오니 원래 이곳에 있었을 건물들을 사라지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가운데에 정림사지 5층 석탑만이 이 사찰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정림사지 오층 석탑은 연못을 지나 5층 석탑 그리고 전각이 일직선상으로 이루도록 가람배치를 해두었다. 

빛의 향연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서 움직여 본다. 백제의 부흥을 꿈꾸며 만들었을 정림사는 사비왕궁에서 궁남지로 연결되는 주작대로의 우측에 배치하기 위해 서남쪽의 낮은 곳을 메우고 동북쪽을 깎아내어 평지를 조성한 후 남북자오선상에 연지, 남문, 중문, 금당, 강당을 배치해두었다. 정림사지 박물관에 들어가면 원래의 배치를 모형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백제의 문양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정림사지의 다른 모습과 속살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백제인들의 건축기술은 삼국중 으뜸으로 알려져 있는데 역사에서 고구려인들은 석탑을 만들지 않았고 신라인들은 벽돌 모양으로 다음은 모전 석탑을 만들었는데 이는 안동, 칠곡 등을 가면 볼 수 있다.  

조용한 가운데 정림사지 5층 석탑만이 목조 석탑 이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목조 석탑은 오래 보존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화려한 문양을 만들기에는 좋다. 석탑은 오래 보존은 할 수 있지만 화려한 문양이나 균형감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정림사지 5층 석탑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고상하면서도 디테일한 느낌이 살아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적당한 기울기와 함께 추녀 끝의 곡선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온화한 백제의 미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온화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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