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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5. 2021

국화꽃 차

서산 개심사 가을날의 산책 

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국화에서 풍겨 나오는 향을 맡으면 마치 삶의 향기와 같다. 국화꽃은 삶을 관조하며 인식하게 해 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각성된 상태에서 내면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늘 깨어 있는 상태에서 머무르는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게 된다고 한다. 그냥 국화꽃이 보고 싶어서 서산의 개심사라는 사찰로 향했다. 국화꽃 차를 마셔보고 싶은 느낌도 있었기 때문이다. 

꽃이 피니 마음이 열리네라는 주제로 제2회 개심사 국화전시회가 지난달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심사 일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차라리 우산을 들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가 내리기 전에 갔던 사람들은 개심사의 건물들의 처마에서 오가지도 못하고 내리는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정신이 열린 상태는 개심사의 개심과 같은 의미다. 개심사의 상징은 바로 경내로 들어가기 전에 앞에 있는 직사각형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연못이다. 의도해서 파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인상적이고 가끔 오는 사람에게도 역시 개심사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곳은 654년(의자왕 14) 혜감(慧鑑)이 창건하여 개원사(開元寺)라 하였다. 1350년(충숙왕 2)처능(處能)이 중창하고 개심사라 불리는 사찰이다.  다양한 조형물들이 상왕산 개심사라고 쓰인 건물 앞에 자리하고 있다. 달 빛 아래 춤추는 저들은 라라랜드의 세바스찬과 미아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다. 

날이 좋을 때 왔으면 더 환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비가 오는 대로 사찰의 분위기는 고즈넉하니 괜찮다. 개심사 대웅전에는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하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로 하는 아미타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개심사에서는 가을 개심사 그리고 전통복식이라는 주제로 지난달까지 열렸는데 11월에는 내포 수석문화회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전통복식전이 열린 것은 보물 제1619호인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2004년에 발견된 복장유물에 의해서 128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도 못한 변화보다는 예측 가능한 변화가 더 충격이 덜하다. 우산 하나 들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계속 쳐다본다. 아닌가?...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국화꽃은 창원에서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충청남도에서는 서산이 국화의 상징이 되어가는 듯하다. 서산의 어느 곳을 가도 국화꽃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  개심사는 이곳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전이 있고 정면에 안양루가 있는 형태의 1740년 중수하고 1955년 전면 보수했다. 

국화꽃도 참 다양하다.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동안에는 행복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행복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것이다. 

전에 보았을 때 개심사의 국화 전시회에는 국화만이 있었는데 다양한 조형물이 국화 전시회의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볼거리가 더 많아졌다. 

일부러 이곳 석조에다가 국화꽃을 담아놓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리는 빗물에 제대로 우러나는 국화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말린 국화차를 구입하면 노란 국화만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 담긴 국화는 색이 다채로워서 좋다. 

나는 나비의 노래를 부르면서 저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면 느낌이 다르려나. 

이 나무는 정말 멋지다. 꽃을 모두 떨어트린 배롱나무가 가을에도 멋스럽다는 것을 보여주며 경내에서 자신의 유려한 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개심사를 찾아온다면 이 순간만큼은 국화꽃밭에 있으며 그 앞에 담긴 물과 오래된 나무와 동화 같은 가을 단풍이 마음의 열기를 잠시 식혀줄 수 있다. 가을 국화의 속삭임이 고요하고 이쁘게 울리는 소리가 있어서 마음속 깊이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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