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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6. 2016

데몰리션, 치유와 힐링

감정은 그렇게 끊어지지 않는다. 

함께 있던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아니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상실감을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힘들것이다. 데몰리션은 부인을 잃은 남자의 상실감과 그걸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누군가를 갑자기 잃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걸 인정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체념하고 결국 그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회복이 된다. 이때 회복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인생에 엄청난 전환점을 맞이하던지 스스로를 포기하는 상태에까지 간다. 특히 가족 중 누군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경우의 상실감은 연쇄반응까지 일으킨다. 


성공한 투자 분석가로 살아가던 데이비스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어버린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로 출근한 그를 보고 다들 수군거리지만 아무렇지 않게 업무에 몰두한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오히려 더 치명적이다. 그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탈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유일하게 고객센터 직원인 캐런만 그를 감싸주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인해 입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 치유를 받는다. 아내를 잃고 상실에 빠진 데이비스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인생을 재조립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분해해야 하듯이 그 역시 아내와 있었던 추억과 인생 이야기를 새롭게 쓰기 위해 모든 시도를 해본다. 멀쩡한 가구와 비싼 기계 등을 망설임 없이 부수고 직장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쫓겨나기까지 하지만 자신의 일탈을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추억은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순식간에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잘 이겨내고 버티면 생각의 근육이 생기고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미리 미래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에서 계획된 대로 되는 것은 사실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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