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개면에 자리한 옥화 주막
어딘가로 떠나는 이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일상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내면 속에 있는 동력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답을 찾기 위해 떠난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도 한다. 섬진강 줄기의 화개면에 자리한 화개장터는 큰 장이 섰던 곳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소설 속의 사람 이야기는 결국 더 사람같이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동리라는 작가의 단편소설 역마라는 소설도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그렸다.
화개장터에 왔으니 옛날 생각을 하면서 돌아본다. 옛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하루 만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곡주도 한잔 하고 정이 그득하게 담긴 국밥 한 그릇의 이날의 고단함을 풀었을 것이다. 화개면은 봄에 가면 왜 꽃이 지명으로 사용되었는지 알 수가 있다.
이미 신라시대에 꽃피는 곳이라고 하여 화개라고 불렀던 곳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관광지이며 광양, 남원, 산청, 함양, 구례, 하동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조선 순조 25년(1825)-화개상. 하면을 합하여 화개면 설치가 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화개장터를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 탑은 처음 보았다. 안쪽에 숨겨지듯이 자리하고 있다. 화개면에야 유명한 쌍계사가 있지만 입구에는 봉상사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봉사가 있었던 터에 탑 부재를 모아 1968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봉상사 석탑이라고 부르는 석탑이다. 탑의 기단부는 단층이며 3층으로 된 몸체 부분은 통일신라시대의 일반적인 석탑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탑으로 기단부의 변형, 탑신부의 비례 등으로 보아 통일신라 말기나 고려 초기의 석탑으로 보고 있다.
단편소설은 보통 공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설 역마에서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이곳 옥화 주막이다. 주막의 이름인 옥화는 주인공인 여성의 이름이기도하다.
하룻저녁 놀다 간 남사당패에게서 옥화를 낳은 할머니, 떠돌이 중과의 관계를 하고 성기를 낳게 된 옥화, 마침내 엿목판을 메고 유랑의 길에 오르는 성기의 이야기가 바로 이곳 옥화 주막에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목을 적시고 싶지만 이날 올라가야 해서 잠시 뒤로 미룬다.
가볍게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이곳에서는 금요음악회를 열 때 와서 잠시 코로나19의 시간을 잊어볼 수도 있다. 금요음악회는 둘째, 넷째 금요일 오후 3시에 시작이 된다. 임인년은 천간 임수가 지지인 인목(寅木)을 생하여 식신(食神)이 되는 해라고 한다. 식신은 식록(食祿·먹을거리)을 주관하는 기운이라고 한다.
소설 역마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갔던 민초들의 삶이 꼬이고 꼬인 것을 풀어낸 것이다. 세상사 좁은 곳에서 그렇게 얽히고설킨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기에 현재를 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섬진강의 강물을 두고 양쪽으로 지역이 갈라진다.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사람은 생긴 대로 노는 것이 아니라 노는 대로 생긴다는 말이 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흘려보내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소일거리에서 소일은 날을 소비한다는 말이다. 소일이라는 단어 앞에서 인생은 문득 고여서 썩는다고 한다. 당신의 하루는 그렇게 변화 없이 소일거리로 전락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