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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공간이 만들어내는 자연 속의 이야기

내륙에 있는 산으로 본다면 지리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바다 건너에 한라산이 있지만 접근성으로 본다면 지리산이 최고의 산이다. 1 개시와 4개 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금강산과 함께 삼신산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레인저들의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었다. 계곡마다 많은 폭포와 소(沼)·담(潭)들이 산재해 있고 그 방대한 면적에 걸쳐 있어서 역사 속에서 은신이나 숨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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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과 지리산은 굳이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의미하는 산이기도 하다. 부드러울 것 같은 설악산은 화려한 색채와 깎아내리는 듯한 절경을 보여주며 거친 것 같은 지리산은 배려가 있는 넓은 품 안에 사람을 품어준다. 지리산에 발을 담고 있는 지자체마다 코스를 만들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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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는 지리산 둘레길을 만들어 두었다. 둘레길이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인 산행이 아닌 둘레를 걷는 길이다. 작은 선택이 모여서 거대한 선택이 생기고 결국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이 축적되게 된다. 지리산이 차지하는 면적은 참으로 넓어서 많은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풍경이 생각의 집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동과 여행 속에 방향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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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둘레길을 가다 보면 다른 산과 달리 마을들이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산이 좋아서 산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불편함보다는 자연의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책으로 일관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경험할 수 있듯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걸어간 일관된 삶은 외부의 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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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내의 대피소에선 취사와 숙박이 가능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숙박은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어서 둘레길 코스를 찾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정복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100대 산 정복 같은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냥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누군가에게 말하기에 좋은 말 군것질 거리가 될 뿐이다. 산을 벗하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주제별 답사 여행을 한다면 그것이 더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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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구석구석마다 기이한 전설도 있고 역사 속에서 회한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자태만 본다면 거대하고 벅찬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론 기품 있는 자연경관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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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니만큼 이정표가 잘되어 있는데 지역별로 거리가 표시가 되어 있고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지리적 위치가 표시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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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생각과 정보가 내부를 휘감아서 주기적으로 버거울 때가 있다. 산은 끝없이 올라가지도 않고 끝없이 내려가지도 않는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인간은 성숙해지고 인생의 고단함 속에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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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먹점과 신촌, 분지봉과 건너편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하동의 지리산 둘레길의 이정표에서 빨간색과 검은색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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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오던 것만 유지하려고 안정과 안주에 길들여진 사람은 다른 세계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열림을 볼 수도 없다. 몇 개의 산을 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산은 새로운 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게 했느냐를 보게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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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오면 어디를 가도 멀리까지 산세가 보인다. 저 건너편에는 무언가 있을 텐데 가볼까란 설렘이 인생이 아닐까. 산에도 역사가 있다. 역사는 늘 현재와 겹쳐져서 사람의 시야를 넓혀준다. 요즘같이 시끄럽고 일관성이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중요한 가치를 찾는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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