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먹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살고 있는 곳에는 먹을만한 꽃게탕을 내놓는 집은 있어도 먹을만한 해물탕을 내놓는 집은 드물다. 그나마 있다고 해도 좀 텁텁하기도 하고 입맛에 잘 안 맞기도 했다. 이날 끓인 해물탕은 꽃게만 생물이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산지가 아니면 도시 내에서는 활꽃게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냉동꽃게를 구매하고 나머지는 생물로 구입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을 찾았다. 다양한 해물을 싱싱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가끔씩은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먹을만한 국물이 있는 해물탕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날 재료는 여러 사람이 먹을 것이기에 넉넉하게 구매를 했다.
보통 이렇게 준비된 해물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무해하지 않고 취향에 맞춰서 골라서 구매를 하는 편이다.
대게도 먹음직스러웠는데 활꽃게가 없어서 대게를 사다가 넣을까 하다가 아무리 봐도 탕으로 먹기에는 아깝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냉동꽃게를 사게 된다.
웬만해서는 냉동꽃게를 사지는 않는데 암꽃게로 구매를 했다. 그래도 큼직한 것으로 사서 끓여본다.
마지막에 넣는 주인공으로 산 낙지만 한 것이 없다.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의 시가로 큰 것은 10,000원, 작은 것은 8,000원인데 큰 것 한 마리를 산다. 마치 문어처럼 보일 정도로 크기가 상당한 편이다.
이날 해물탕에 들어가는 식재료로 냉동꽃게, 가리비, 소라, 산 낙지, 전에 냉동했던 대하, 전복, 홍합 등이 준비가 되었다.
우선 육수를 먼저 내어본다. 뿌리 다시마를 비롯하여 멸치, 된장과 말린 청양고추, 고춧가루, 죽염간장 등으로 준비를 해두었다.
냉동꽃게를 그나마 퍽퍽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찬물에 소금을 넣고 풀어주는 것이다. 그냥 모두 담아두었다. 낙지가 가장 끝까지 살아 있었다.
육수를 끓이기 시작을 했다. 말린 청양고추와 뿌리 다시마, 멸치를 넣고 끓여주기 시작한다.
이제 양념을 준비한다. 그녀가 18년에 만들어준 꿀마늘의 꿀을 사용하고 죽염된장, 고춧가루, 후춧가루 약간, 마늘이 들어갔다.
각 재료를 적당하게 넣어서 비벼주기 시작하였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뿌리 다시마와 멸치를 건져내었다.
그리고 양파 등을 넣어서 다시 끓여주기 시작하였다. 양파를 넣으면 육수에 단맛이 추가된다.
양이 얼마나 많은지 가장 큰 냄비를 사용하고도 부족하였다.
냉동꽃게를 씻는다고 씻었는데 활꽃게만큼 깔끔하게는 잘 안 되는 듯하다.
순차적으로 넣고 끓여주면 이제 먹는 일만 남았는데 마지막 주인공인 산 낙지가 들어갈 시간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점액을 내면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
폭폭 끓여서 마무리를 해주었다. 손이 많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그릇에 잘 담아보았다. 역시 된장 베이스는 해물의 본 맛이 잘 살아나게 된다. 된장 베이스의 해물탕은 된장국의 구수한 냄새와 함께 각종 해물이 품고 있는 바다향기가 머금게 된다. 하루에 한 끼 혹은 며칠에 한 끼 정도는 맛있는 것으로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