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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설경

삶은 흰색의 도화지에 쓰는 감성 일기

말이란 휘발성이 있어서 감성이라는 느낌이 시간이 흐를수록 희석이 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필터링을 거치기에 정제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록의 형태의 대표적인 것은 일기나 편지의 형태다. 역사에서 소설과 같은 작품들도 있지만 개개인이 써놓은 기록인 일기는 당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기에 중요한 기록물로 관리가 되기도 한다. 강경의 앞을 흘러가는 금강은 소금이 흘러들어오는 곳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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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강경의 설경은 이런 모습이다. 앙상해 보이는 나무와 앞에 묶여 있는 배 한 척의 뒤로 갈색과 흰색의 설경이 펼쳐져 있다. 공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사람의 생각을 다른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이야기를 보이지 않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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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강경에 자리한 소금 문학관을 찾아가 보았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짠맛이 나는 흰 결정체라는 소금이지만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데 있어서 문학작품들이 필요하지만 사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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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의 자연과 옛 모습 그리고 역사를 담은 사진들을 소금 문학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금은 정말 중요한 자원이었다. 최치원이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토황소격문을 쓰게 된 황소의 난은 바로 소금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황소는 과거에 합격해 관리가 되고자 했으나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하자 소금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소금을 독점하여 비싼 세금을 받던 정부에 맞서 저렴하게 팔던 밀매업자, 백성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중국이라는 나라를 뒤흔드는 난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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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소금을 쓴 박범신 작가는 1973년에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문학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남긴다.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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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품은 지역 강경은 수로와 육로를 잇는 큰 포구였으며 전성기에는 거주인구만 3만 명에 유동인구는 10만 명에 달했으며 19세기 말에 한성에 들어온 전기가 충청남도에 처음 들어온 것이 바로 강경이었다. 지근거리에 세워진 소규모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았고 강경 극장도 세워진 것이 1920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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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화폐나 메타버스, NFT는 결국 보이지 않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형상화가 된 것이다. 물리적인 것은 대부분 기계가 대체하고 대부분의 직업이 보이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직업이 더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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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곳에서는 논산을 무대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고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특히 대표작인 소금은 모든 맛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소금은 전 세계에 다른 모습으로 희로애락을 만들었다. 불과 1946년에 프랑스에서 폐지된 가벨은 바로 불공평한 소금세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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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직장인을 말하는 샐러리맨의 어원이 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임금으로 주기도 했다. 국가에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수단이나 전 세계의 음식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작용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소금이 사용되기도 했는데 박범신의 소금이라는 작품에서는 가족을 위해 소금꽃조차 피어보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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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을 다니다가 보면 염전을 자주 보게 된다. 가끔은 그곳에 머물러서 피어난 소금꽃을 볼 때가 있다. 소금에서 피어난 소금꽃은 염부의 땀으로 만들어진다. 삶의 꽃은 소금꽃과 닮아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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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라는 작품을 생각하면서 다시 밖으로 나와보니 강경을 휘감아도는 금강의 위에 내려져 있는 눈이 마치 소금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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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산 소금 문학관은 연면적 958㎡(290평)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는데 지하 1층은 강경의 역사·문화 전시공간, 지상 1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범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으며, 지상 2층에는 논산 지역 작가의 전시와 체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적인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간장과 된장은 필수인데 그 장맛을 내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소금이다. 숙성시키기 위해 물을 부어야 하는데 17.5도의 염도를 맞추기 위한 것이 바로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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