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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8. 2022

나일강의 죽음

추리소설의 생명은 캐릭터에게 부여된다. 

글을 진심으로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벽에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된다. 만약 벽을 느끼지 못했다면 자신이 글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벽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데 어떻게든 벽을 넘어서는 소수의 사람이 있고 좌절하거나 현실과 타협 혹은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다. 복잡한 역학적 구조계산이나 화학식 혹은 물리학적인 계산은 차라리 정답이 있기에 수월하다. 소설은 정답은 없는데 해답은 있다. 그 해답을 찾는 것이 참 어렵고 난해하여 정성적이며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받으며 냉혹하고 스스로에게 잔인할 때도 있다. 


지금 이름이 알려진 추리소설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홈스 시리즈도 그렇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르도 그렇다. 이제 곧 개봉하게 될 영화 나일강의 죽음은 애 가사 크리스티가 1937년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콘텐츠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열린 공간에서는 독자들이 이야기를 쫓아오는 것이 쉽지가 않을뿐더러 스토리를 펼쳐나가기가 어렵다. 모든 추리소설의 공간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 있어야 한다. 

요양차 이집트로 여행 온 에르퀼 푸아로는, 댄스파티에서 사이먼 도일(Simon Doyle)과 그의 부인으로 미모의 대부호 리넷 리지웨이(Linnet Ridgeway Doyle)를 보게 되면서 시작되는데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원더우먼의 주인공 갤 가돗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역시 읽어보면 그 특유의 색깔이 있다. 작가는 추리소설 시리즈같이 자신만의 스타일의 소설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던가 정말로 대작이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은 그 캐릭터가 머릿속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좋았던 작품이어서 영화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을 단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캐릭터에 몰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항상 첫 장에 등장하는 주요 주인공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설명해준다. 이런 사람이니 우선 읽고 보면 도움이 됩니다라는 것이다. 

소설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관성의 법칙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움직이기가 너무 힘든 무거운 물체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작은 힘으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처음에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물론 대충 하면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움직인다. 나일강의 죽음에서 ‘에르큘 포와로’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모두 이번 밀실 살인의 주요 용의자로 의심될 만큼 완벽한 범행 동기를 가지고 있어서 스토리의 흠미로움이 있다. 연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리넷’의 모습과 울부짖는 ‘재클린’을 비롯하여 캐릭터들이 심리적 줄다리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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