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화로 물들기 전의 계룡산 갑사 길
세상에는 많은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사람마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신기하게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먹고사는데 크게 관계없는 것들이 많다. 금, 은, 가상화폐, 주식, 명품, 좋은 차, 주요학군상의 집 등은 딱히 지금 없어도 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선택한다면 지금(知金)이라고 말할 것이다. 현재의 가치를 아는 것은 금의 가치를 아는 것이 아닐까.
지금 갑사의 시간은 조용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매화를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계룡산에 자리한 갑사로 가는 길목에는 괴목이 자리하고 있다. 갑사의 창건과 함께 시간을 보낸 오래된 고목으로 임진왜란 때 영규대사와 800여 명의 승병들이 모여서 작전을 세우기도 한 신수라고 한다. 오래된 나무에는 신의 힘이 깃든다고 한다.
전국 최대 황매화 군락지라는 황매화 마을에는 향나무 우물, 정자, 우물, 보호수, 선바위, 노루 바위, 갑사 괴목 보호수, 먹거리상가, 갑사구국정원등이 있다. 마을 이름들도 정겹다. 배살미 마을, 윗장마을, 들가운데 마을, 삼거리마을등이 자리하고 있다.
황매화는 사람 키 남짓한 작은 나무이며 많은 곁줄기를 뻗어 무리를 이루어 자라는데 황매는 황매화 꽃이 아니라 매실이 완전히 익어서 노랗게 된 매화 열매를 말한다. 매화는 선비들의 시나 글에도 많이 등장하지만 황매화는 그 소재로 볼 때 적게 등장한다. 그렇지만 황매화는 은근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준다.
여기는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갑사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산에서 채취한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다.
꽃 모양이 매화를 닮은 데다 노란색이라서, 장미과 장미목임에도 불구하고 황매화라 부르는 여기는 황매화의 공간이다. 어디선가 넘실넘실 넘어온 온 꽃이 내뿜는 향기는 그렇게 은은할 수가 없다. 숭고‧높은 기풍이라는 꽃말이 실로 어울리는 좋은 향기를 지녀, 어떤 이는 ‘기품 있는 향기’라고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갑사 입구는 먹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온 것이 오래간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곳곳의 콘셉트가 모두 황매화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에 살짝 레몬과 같은 색감의 야들야들한 꽃잎 끝에 군데군데 하얀 반점이 있는, 동글동글한 작은 꽃은 한 송이 한 송이가 이곳을 채웠을 때를 상상해본다.
꽃은 항상 새로운 느낌을 준다. 자연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는 질 때를 알고 그냥 떨어진다. 사람이 가득 차면 비워야 되는 것이 섭리인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터벅터벅 걸어도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낙엽들이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글씨를 써놓은 것처럼 보였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어떻게 보면 필자의 반지 위의 언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1774년에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성공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아 성찰과 예술적 탐구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는 그 갈증을 이탈리아 기행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