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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소녀느낌

포근한 갈색이 휘감아도는 화성 요당리 성지

소녀와 성숙이라는 이미지는 조금은 다른 느낌처럼 다가온다. 사람은 평생 성숙되어가는 과정 속에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은 도중에 멈추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조금씩 나아가기도 한다. 풍부한 감성은 그렇게 채워지면서 삶의 틈새 속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마음 챙김이라고 하는 것은 몸속에 머무르면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되, 무엇이든 거부하지도 추구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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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조금씩 내리면서 우산을 들고나가야 되는지 무척이나 갈등하게 만들 때 화성에 자리한 요당리 성지를 찾아가 보았다. 성지를 찾아다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삶이 깃들여 있던 곳을 찾아가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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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요당길 155 요당리 성지(전담 강버들 신부)는 ‘장낙소’(張樂韶)로도 불리던 장주기 성인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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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기의 6촌 형제 복자 장 토마스(1815~1866)와 또 현재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는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중 하느님의 종 지 타대오(1819~1869)의 출생지도 이곳이다. 이곳은 다른곳과 달리 공원과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다. 중앙에 자리한 마리아상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소녀이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듯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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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요당리 지역에 천주교의 손길이 닿은 것은 1801년 신유박해를 시점으로 서울과 충청도 내포 등지 신자들이 피난하며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성당과 소성당, 순교자 묘지, 기도의 광장, 묵주기도 길, 십자가의 길 등으로 구성된 성지는 아늑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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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기 성인의 유해가 모셔진 대성당은 지난 2010년 봉헌되었는데 저 앞으로 나아가면 대형 십자가 아래 성 범 라우렌시오 주교, 성 장주기 등 성지에서 현양하는 순교자들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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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하늘을 흐렸지만 그와 대비되어 잔디의 색깔이 더 따뜻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장주기 성인을 비롯한 순교자들의 탄생지이면서 동시에 성 앵베르 범(라우렌시오, 1796~1839) 주교와 민극가(스테파노, 1787~1840) 성인, 정화경(안드레아, 1808~1840) 성인, 손경서(안드레아, 1799~1839) 순교자 등의 자취가 요당리 성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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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은 흰 눈이 내리지 않을 때에는 무채색이 더 많다. 무채색이 있기에 더 따뜻한 질감도 느낄 수 가 있다. 모든 세상의 화려한 색으로 가득 차 있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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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기(요셉, 1803~1866) 성인에서 따온 ‘장주기길’은 화성시의 도로이름이기도 하다. 성인은 병인박해 때 충남 갈매못에서 순교했는데 이미 갈매못성지는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다. 이 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수난의 받은 예수의 손이다. 밧줄로 묶인 손, 십자가에 깔린 손들로 이어지는데 손은 때론 말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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