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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立春)

대청호반에 자리한 구룡산 현암사

설 명절이 끝나면 바로 오는 절기가 입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입춘을 봄에 바로 들어섰다고 생각하면서 추운데 왜 봄에 들어섰다고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춘의 입은 들다는 의미의 입(入)이 아니라 섰다는 의미의 입(立)이다. 아직 봄은 아니지만 봄이 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문맹률은 상당히 낮고 교육열도 높지만 아이러니하게 실질적인 문맹률은 OECD 중 최고라고 한다. 즉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소통은 더욱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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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대청호를 내려다보니 겨울인데도 분위기가 괜찮다. 지나가다가 한 번쯤 올라가 보고 싶었던 현암사를 올라가 보려고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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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편은 대전 신탄진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도시가 보이지 않아 마치 어떤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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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계단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현암사는 백제 전지왕 3년에 달솔 해충의 발원으로 고구려 승려 청원 선경 대사께서 개산초창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문무왕 5년에 원효와 혜통 국사가 중창하였다고 알려진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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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현암사를 만나볼 수 있다. 현암사 대웅전은 구룡산 청룡에 위치한 형국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곤 한다. 자 이제 걸어서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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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허벅지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간혹 마주치는데 두 사람이서 교차해서 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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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급해서 그런지 그동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지구의 무시무시한(?) 중력이 필자를 끌어당기는 것을 느끼게 한다. 왜 이곳을 올라가려고 하는 것인지 슬슬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아래에서 원효대사께서 차사에 오셔서 보림수도 하실 때 차사가 위치한 산을 아홉 줄기가 강물에 뻗어 있다고 하여 구룡산이라고 명명하였다는 의미 있는 말도 다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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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올라와서 아래를 보니 대청호에서 내려온 물길이 저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물이 태양에 비추어져서 반짝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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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첫인상은 현대적인 건물이 먼저 보이기에 사찰의 연혁과는 조금 괴리가 있어 보이지만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84년에 불사하여 도량이 일신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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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탑은 조금 더 올라가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그냥 사찰의 앞에 세워두지 왜 다시 위에다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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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석탑인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석탑이다. 현암사가 둥지를 틀은 구룡산은 대청댐을 끼고 있으며 푸근한 느낌이 드는 산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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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을 먼저 둘러보고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건물들을 살펴본다. 용은 물이 있어야 하므로 언젠가는 호수가 생길 것이며 호수가 생기면 산줄기 가운데 왕(王) 자 지형이 생겨서 임금이 이곳에 머물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남대가 만들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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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서 보니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올라오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제길 다리에 힘이 좀 풀렸다. 이 정도 올라오고 다리에 힘이 풀리다니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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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이곳에 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우연하게 보니 현암사 스님과 안면이 있는 분이 작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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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는 대웅보전과 용화전, 삼성각, 오층 석탑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현암사에서 바라본 대청호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멋진 산수화 같은 느낌도 들고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왜 올라왔나라는 생각도 잠시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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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보니 좋은 것은 좋다. 이 정도 노력을 통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가 않다. 옛날에 이곳을 오려면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방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허용된 청남대이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청남대가 보이는 현암사라 하여 신분증 검사까지 했다. 이곳에서 저격을 할지 모르는 그런 보안상의 이유인데 솔직히 거기까지 총을 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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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을 넓게 보면 한남금북정맥의 청남산(청원 가덕면)에서 서쪽 능선 팔봉지맥을 따라 대수산, 피반령, 소이산 등으로 이어진다. 이곳을 가실 분들은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는 것이 좋다. 빨리 올라가려고 했다가는 다리에 힘이 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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