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한 번쯤 멈추는 논산 양촌
인류가 지금까지 이렇게 지구에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이 있어서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는 자체는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 무리에 들어가도 신경을 쓰지 않는 동물은 거의 유일하게 인간뿐이 없다.
똑같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먼 곳으로 떠나든 가까운 곳으로 떠나든 간에 휴식이든 여정이 든 간에 미묘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 알지 못하는 존재가 찾아가듯이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 유목민들은 안전한 여행을 하기 위해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논산시 양촌면에는 인천 1리라고 불리는 곳에 인내 장터가 열렸던 때가 있다. 이 앞을 흐르는 하천을 동네 사람들은 인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장이 서지는 않지만 충남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 1665번 길 15 일원에서는 활발하게 장이 섰었다고 한다.
양촌면은 행정구역상 충청남도가 아니라 전라북도에 속해 있었다. 전라북도 전주군 양량소면의 지역이었는데 인내의 이름을 따라 인내 또는 인천(仁川)이라 하였던 것이다. 마을을 돌아다녀보면 마을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입석도 있지만 채색된 지 얼마 안 된 벽화들도 볼 수 있다.
여행은 걷고 잇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인생의 원점이 무엇인지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양촌면의 천변 위로 하늘이 만들어낸 모습이
이번에는 양촌면의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설송 공원이 보인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이 공원은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만나볼 수가 없다.
여행에는 늘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인데 그것은 행로를 바꾸고 어떤 경우 삶의 방향까지 바꾸기도 한다. 목적이 있던 그냥 떠나든 간에 여행의 목적이 여행 도중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상치 못했던 무언가 대신 얻게 되는 경험이 점점을 이루면서 채워진다.
이곳에는 비가 세워져 있는데 논산에 자리한 여흥민씨들의 민문일가가 세운 추모비라고 한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도평리 설송공원에서 驪興閔氏大宗會長 雪松 丙星公 追慕碑 除幕式이 2018년에 이루어졌다.
여행은 자신이 좋아하는 설레는 음악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없지만 찾다가 보면 가슴속으로 들려오는 멜로디나 박자에 소소한 기쁨을 느끼듯이 평소의 일상과 같은 생활을 하다가 발견하는 무언가가 새록새록하게 보이는 것이 여행이다.
매년 양촌에서 열리는 곶감축제가 활성화되었을 때 이곳을 몇 번 왔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 사람들의 축제이면서 외지인들에게도 이곳에 스며들어 함께하던 때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어딜 가든 지간에 마을과 풍경은 공존하면서 있다. 저 건너편으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갈대숲을 지나 산기슭으로 갈 수 있다. 논산천을 앞에 두고 잇는 조용한 양촌의 시간을 느리게 흘려 보이는 시계 속에 기웃기웃 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