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천장호 출렁다리의 이유 있는 변신

가까운 거리에 긴 거리를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세 곳이 있다. 최근에 개방한 탑정호의 출렁다리와 예당호의 출렁다리, 칠갑산 자락에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인기가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기록을 유지했지만 거리로는 충남에서 세 번째가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계절과 날씨의 변화는 색다른 모습을 만들어낸다. 세 곳 중 산속에 묻혀 있는 곳은 천장호 출렁다리가 유일하다. 이제는 규모나 사이즈가 아닌 특색으로 명소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랜 명소로서의 의미가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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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하염없이 내린 충청남도의 곳곳은 설경으로 가득 차 버렸다. 군대를 강원도 전방 쪽에 있어서 그런지 흰색이 그렇게 싫었는데 다시 설경을 찾아다니고 있다. 칠갑산 천장호의 설경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같이 갔던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연출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는 말에 필자는 일부러 이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실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자신할 수 없었지만 와보니 눈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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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긴 거리를 연장해서 만드는 출렁다리가 아니라 천장호 출렁다리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9년에 만들어졌으며 총길이 20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었던 출렁다리였는데 다리 중간 부분에 청양의 특산물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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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래에 공간을 조성 중인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연계되어 만들어가는 시설물처럼 보인다. 산행이 버거운 이들은 황룡정(黃龍亭)까지 천장호변을 산책해도 좋은 곳이 천장호 출렁다리다. 계속 보행데크는 확대되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겨울 체험 마을' 6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얼음 분수와 눈 조각 같은 볼거리, 눈썰매와 얼음썰매, 깡통 기차 등 놀 거리가 가득한 알프스마을을 비롯하여 칠갑산이 병풍처럼 감싸 풍광이 빼어나고, 호수 가운데 출렁다리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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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보면 설경이 그 자체로 방문한 의미를 느끼게끔 해준다. 이곳은 얼음이 얼어있지 않아서 완벽한 설경이 아니지만 반대편은 얼음이 얼어 있어서 그 위에 쌓인 눈이 설경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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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시원한 시냇물을 모으는 담수형 산간(山間) 호수의 총 저수량 288만 2000㎡, 제방 길이 244m, 높이 31.4m로 주변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천장호의 출렁임의 강도를 높여 최대 약 30~40㎝ 좌우로 흔들리도록 설계했다고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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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는 안전하면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출렁다리를 찾아간 사람들은 아주 안전하게 느끼면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아니다. 안위험한 것 같은데 위험하다고 느끼는 스릴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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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여전히 잘 흔들리고 있고 가끔씩 살짝 반동을 주어도 재미가 있다. 출렁다리는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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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설경위로 데크로드가 이어지는데 한 바퀴 돌아보는데 넉넉히 1시간 남짓이면 된다. 하늘에도 구름이 있고 천장호의 물 위에는 눈이 살포시 앉아 있어서 온통 흰색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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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증숏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다. 청양 하면 고추로 유명한데 어떻게 보면 우연하게 청양고추라는 고추의 품종과 지명이 잘 맞아떨어져서 청양의 특색이 되었다. 밭에서 농사짓고, 시장에서 꼭지 따고 청양 어머니들의 인생은 청양의 맵디매운 고추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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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사 중인 시설물들이 봄이 지날 때쯤 완공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가 되면 천장호 출렁다리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으로 바뀔 듯하다. 아슬아슬 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면서 매운 고추맛의 그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보는 제대로 된 설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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