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눈 내린 홍성의 한국 식기 박물관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중요한 무게를 담고 있다. 왜 식구라고 부르고 먹는 공간을 식탁이라고 부르며 식기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까.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한다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밥을 같이 먹지 않는 사람과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결국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언제 한 번 밥 먹자라고 빈소리를 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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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성장과 정서발달이 좋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밥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걸 경험해보지 못하고 성장하게 되면 중요한 가치를 다른 것에 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산다고 하는데 왜 잘 먹는다는 것이 먼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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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족이 함께 먹는 경험을 많이 해본 기억이 없다. 그냥 살아야 하니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먹는다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하고 식기에도 많은 관심이 있다. 눈이 내리는 날 충남 홍성군 장곡면 무한로 957-24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 식기 박물관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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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백제 부흥군 최후의 항전지였다는 주류성 밑에 위치하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의 중심지였다고 하는데 백제가 패망한 이후 661년 일본에서 귀환한 풍왕이 기거하면서 전투를 지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20세기 중엽까지는 전면에는 소나무 숲이 있었으며 좌우는 무기고, 담장 뒤편으로는 6동의 가옥이 있었으나 유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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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들도 있지만 식기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모든 식기는 그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술을 마실 때도 그에 맞는 잔을 준비하고 마시는 편이다. 사람들은 잔을 그냥 아무거나 담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맛을 낼 수 있는 그릇을 알아가는 과정은 즐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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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집안중 누군가가 이런 고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는 길목만 눈을 치워두었다. 처마에서는 끊임없이 녹은 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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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가 중요한 것은 역사에서도 발굴을 통해 알 수 있다. 토기에서 시작한 식기 문화는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식기는 토기의 표면에 빗살과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긴 빗살무늬토기(櫛紋土器)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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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식사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날은 쉬는 날이었다. 식기는 식사용이 있고 조리용이 있으며 저장 발효용이 있다. 남자들이 많이 접하는 것은 식사용 식기이지만 여자들은 식사용과 함께 조리용도 많이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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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에서 내놓는 식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식기 문화에 대해 알 수가 있다. 밥그릇 혹은 반기라고 부르는 그릇은 겨울에는 대개 백통(白銅)이나 놋쇠로 된 것을 사용하고, 여름에는 사기로 된 것을 쓰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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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기 박물관은 한식당, 솟을대문, 조리장, 문화 상품점, 고택 체험장, 저장시설, 표고버섯 체험장, 고추 체험장, 산채 체험장, 물놀이 체험장, 매실 체험장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정식으로 한국 식기 박물관으로 개관된 것은 20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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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가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비슷한 식기들을 나오고 있지만 식기의 중요성은 가볍게 말할 수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에 따라 식기의 용도는 정해진다. 식기는 요리의 한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 먹으려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어도 식기가 적절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당신에게 식기는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잠시 동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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