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송편... 그리고 여보세요.
일본어 모시모시는 여보세요 라는 의미다. 물론 모시(もし)는 하나만 사용해도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어의 모시는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통화할 때나 누군가의 관심을 이끌 때의 여보세요 는 여기 좀 보세요라는 말이 축소된 것이 기원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여기[此處]를 보다 [視]'는 누군가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다. SNS 등은 간헐적으로 다른 일과 동반해서 수행할 수 있지만 전화는 온전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제목으로 모시, 모시라고 쓴 것은 모시옷, 모시송편으로 대표되는 서천 한산 이야기를 하려고 서두가 길었다.
여기 좀 보세요라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화할 때 여보세요 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제 한산의 모시를 좀 보아야 할 때다.
한산이라는 지역은 한산모시와 한산모시송편, 한산소곡주로 대표되는 곳이다. 술이 있고 먹거리가 있고 옷이 있으니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한산모시로 만들어진 옷은 서양의 쿠튀르만큼이나 사람의 몸에 잘 맞추어 제작된 옷이라고 볼 수 있다.
한산 모시를 접할 수 있는 한산모시 홍보관으로 오면 미니어처로 한산모시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한산모시는 모시를 제작하는 지역민의 삶의 결정체였으며 조선시대의 모시는 왕가, 사대부의 관복뿐만 아니라 일반 평민의 복식 등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많이 사용되었다.
석유에서 만들어진 나일론으로 인해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날실(경사)과 시실(위사)로 만들어지는 모시옷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모시와 같은 삼과 같은 환경친화적 농작물로 만들어진 의류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빠른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산의 모시는 여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져서 계승되어왔다. 여인의 관심을 받으며 한 올 한 올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든 모시로 인해 지금까지 명맥이 유지되어 왔던 것이다.
한산모시를 재배해본 적은 없지만 가끔 주변에 가서 보면 밭에서 모시를 재배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모시송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가끔 사서 가기도 하는데 옷으로도 만들어지는 현재 한산모시의 제사•제직 과정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1년 11월 28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한산하면 소곡주를 빼놓을 수가 없다. 소곡주는 거문고나 가야금과 궁합이 참 잘 맞는다. 누룩 등으로 만들어지는 술은 참 많은 곡식이 들어가는 음식이며 흥겨운 정취이기도 하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조선시대 선비문화를 표현한 이곳에 자리한 이 작품은 배나무 정원에서의 기로회-이원 기로회도로 작가는 미상인데 1730년에 제작된 것으로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곳에서 뒤로 올라가면 건지산이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 한 노인이 약초를 캐기 위해 건지산에 올라가 처음으로 모시풀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하여 모시 짜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구전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간 술을 금하라는 금주령은 지속적으로 내려지기도 했는데 이곳의 한산소곡주를 마다하기는 쉽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 좀 보면서 집중을 했다면 잠시 하늘의 맑은 날을 보면서 누군가를 불러본다. 오랜 시간과 삶이 빚어낸 모시송편 하나와 한산 소곡주 한 잔 받아보기에 딱 좋은 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