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근대건축과 근원적 원리에 대한 대화
대전의 근대건축물은 현대화와 효율과 개발에 밀려서 불과 수십 년 동안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새로운 생각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긴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다. 오래간만에 대전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찾기 위해 나들이를 해보았다. 대전 근대건축물의 상당수는 교육공간이나 미술관, 창작 관등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아쉽게도 가옥으로 사용되었던 독립된 근대건축물은 현재 몇 개 남아 있지 않다.
원래 있던 장소에서 이전에도 복원되었지만 많은 부분이 옛 모습을 잃어버린 대전 대흥동 일. 양 정출식 가옥이다. 등록문화재 제377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2929년에 건립이 된 것이다. 이 건물은 대전 철도국장이 일제강점기에 거주했으며 2층 목조주택에 1, 2층 모두 맞배지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건물이 특이한 것은 일본에서도 가끔씩 보는 원형으로 돌린 다음 원뿔형으로 마감한 거실 지붕이다. 독특한 분위기인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서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는 듯하다.
대흥동 가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흥동 성당이 있다. 등록문화재 제643호로 지정된 대흥동 성당은 근대건축물 중 늦은 1962년에 지어졌다. 성당의 모더니즘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다. 대흥동 성당 건물을 지나쳐서 대전여중 강당으로 사용되었다가 대전갤러리 공간으로 사용되는 건물로 가본다.
건축 공간은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표현되는 문화적 성격의 특징을 규정하기도 한다. 그림과 같은 회화와 다르다고 하지만 2차원의 패턴이 고스란히 건물에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에 만나볼 수 있는 조형의 세계의 주제는 '근원적 원리에 대한 대화'였다. 그리디를 기반으로 조형의 근본적 구조를 보여주는 전시전과 흰 바탕에 검은 먹을 바탕으로 삶의 근본을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조형 화면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빛이 있고 공간 속에 작품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공간지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리듬과 빛, 색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통해 세상과 삶의 모든 것이 기본 구조에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보았을 때 예술과 건축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추상적인 작품들도 있지만 공간 속에 색이 어떻게 스며드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걸린 작품은 검은색과 흰 바탕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조형적으로는 매우 단순화되어 보이지만 생각할 여지는 충분하다.
대전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서구에 자리하고 있지만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활용하여 만든 대전시립미술관 창작관에서도 때마다 전시전을 만나볼 수 있다.
대전의 곳곳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연결시키다 보면 대전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것이 곳곳에 있지만 엮게 되면 하나의 쓸모 있는 물건이 되듯이 배움 또한 그렇게 연결되어 의미 있게 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