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갯벌의 꿈

허장성세, 감춘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

봉식은 언제나 바다가 좋았다. 일한 만큼 돌아온다는 것도 좋았지만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삶과 그렇게 다른 것도 없었다. 뻘에서 먹을 것을 찾아서 살아가는 바지락이나 긴맛이나 칠게도 있지만 이들을 먹고 살아가는 낙지는 갯벌의 상위권 포식자에 속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낙지는 사람의 손에 잡혀서 다양한 요리나 생으로 먹기도 한다. 낙지가 예전만큼 잡히지는 않지만 많이 잡힐 때면 왠지 그날의 기분이 좋아졌다.


"봉식아. 물들어와~ 저녁 먹자."

진입하는 도로의 끝에서 엄마가 서서 자신을 부르고 있었지만 멀리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보니 물때가 되었다. 멀리까지 나와서 일을 할 때면 경운기를 타고 근처까지 와서 직접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하곤 했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해산물이 담긴 다라를 끌고 경운기가 있는 곳까지 절뚝거리면서 걸어갔다. 다라를 뒤에 실은 뒤 경운기에 시동을 걸로 뻘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말했는데 요즘에는 경운기를 타고 갯벌을 달리는 것조차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조금 위쪽으로 가자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항상 이 시간에 나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뒤에 타요." 엄마는 말없이 경운기의 뒷자리에 타서 다라에 잡힌 것들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좋네~ 에이고 수고했다. 봉식아."

"아니 뭐 별거 없어유~"

"아이고. 이 정도면 괜찮은거여."

엄마를 태운 봉식이의 경운기는 느릿느릿해 보이지만 일상의 속도가 항상 이러했기에 무엇보다도 빠르게 생각되는 교통수단이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동창이었던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던 것이 갑자기 기억이 난다. 알 수 없는 소리로 믿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같고 이 마을에서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냥 뜬금없는 소리여서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기억이 났다.


나이 많은 아저씨와 회에 술을 얼큰하게 취할 정도로 마시고 모텔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간 박양은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단조롭고 때론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녀에게도 어릴 때는 꿈이 있었다. 큰 꿈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피아노를 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의 엄마도 비슷한 생활을 하다가 제 자식 건사할 능력이 없는 한량과 결혼했다가 결국 속앓이를 하다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 역시 불과 16살의 나이에 빌어먹을 아빠라는 남자에 의해 술집에 팔린 것이 이렇게 살아온 인생길의 돌이킬 수 없는 시작점이 되어버렸다. 박양은 같이 일하는 두 명의 동생들과 살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다가 이곳에 정착한 지가 벌써 4년째였다. 빌라의 쓰리룸이지만 같이 살기에 그렇게 부족함은 없었다. 위층에 살고 있는 남자들이 시끄럽게 전화를 하는 것 외에는 그냥 살만한 곳이었다. 그녀가 들어서자 거실에서 술을 마시던 동생들이 말을 걸었다.


"언니, 잘 놀다 왔어? 그 오빠가 잘해줘?" 애교가 많은 막내였다. 여기서야 막내지만 나이가 적지가 않은 동생으로 때론 언니같이 챙겨줄 때가 있었다.

"뭐. 비슷하지. 그 오빠야 나한테 푹 빠져 있잖아."

"그런데 언니는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박양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은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무언가를 가지고 소유하려는 욕심이 많은 친구였다.

"글쎄... 뭐 어떻게 되지 않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오빠가 은근슬쩍 흘렸던 말이 계속 마음이 쓰였다. 자신의 명의로 보상받은 돈은 이미 그녀에게 많이 써서 남은 것이 많이 없는 것 같았지만 아직 부인 명의로 된 땅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땅을 판 돈을 자신이 가지게 되면 마이낑도 갚아주고 대도시에 가서 살자는 이야기였는데 허풍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이렇게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이때 그 노인네에게 전화가 왔다. 방에서 받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던 박양은 집에서 나와 계단에서 전화를 받았다.

"오빠,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전화야? 다시 보고 싶은 거야?"

"나야 항상 보고 싶은 마음이지."

"내가 지영이 믿는 거 알지?"

"그럼 나도 오빠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데."

"아까 말했던 거 있잖아. 마누라 외가 쪽 보상받는다는 이야기 말이야."

"응. 그거 왜?"

"그 장모 노친네가 현금으로 찾아 놓을 것 같아."

"그래? 어떻게 하려고?"

"지금 치매가 심해져서 마누라도 몰라보더라고. 내가 날짜를 알려줄 테니까. 지영이가 가서 받아와."

"에이 그래도 자기 딸도 몰라볼까."

"아니야 내가 저번에 봤더니 나도 몰라보고 마누라는 그냥 도와주는 도우미인 줄 알아. 지영이가 마누라 옷을 입고 적당한 가발 쓰면 중간에 가로챌 수 있을 것 같아."

"그 큰돈을 현금으로 그냥 줄까?"

"가능하다니까. 그 돈만 받으면 우리는 해피엔딩이라니까."


둘은 나름의 계획을 세우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지만 서로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 공통점은 있었는데 이미 많은 김칫국을 마시면서 너무 앞서 나간 것이었다. 그 둘의 대화를 계단에서 들은 남자가 있었다. 계약건을 올리지 못했다고 욕을 한 바가지 먹은 봉수는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아래층에서 살고 있는 박양의 대화를 우연하게 들었다. 날짜는 들었지만 시간은 명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큰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서경사는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무리하게 별풍선을 쏘면서 수중에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카드론에 손을 대면서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았는데 1년, 2년이 지나더니 이제는 점점 돈의 무게가 더 커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했다고 생각한 아름이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조금만 더하면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촌구석에서 한가한 경찰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집도 절도 없는 자신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던 고모가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이었다.


"경식아, 요즘에 잘 지내지?"

"예 고모, 별일이야 있겠어요. 매일매일이 똑같죠. 그런데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아 그냥 뭐. 할 말도 있고 상담할 것도 있고 해서 말이야."

고모는 자신이 왜 이 촌구석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조카가 경찰이라는 것에 약간의 신뢰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이곳에 내려와서 별거 아닌 부탁을 몇 번 들어준 적이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고모부의 폭력적인 부분이 힘들게 했던 것으로 보였다. 가정폭력 때문에 몇 번 가서 중재를 한 적이 있었다.

"예 말씀하세요."

"그런데 있잖아. 음... 고모가 좀 보호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무슨 보호요? 또 고모부가 때려요?"

"아니 그건 아니고. 엄마가 뭐 좀 주려고 한다는데 내가 혼자서 가져오는 것이 좀 불안해서 말이야."

"뭘 가져오는데요?"

"자세한 것은 물어보지 말고 그이가 알면 안 될 것 같아."

"혹시 돈이에요?"

"아냐, 아냐, 아냐, 그냥 뭐 생활에 도움 될만한 그러 건가 봐."

"그럼요. 저야 고모 편이죠. 고모부야 솔직히 남이잖아요. 날짜만 알려주면 제가 경찰차로 잘 모셔다 드릴게요."

"그래? 내가 믿을 사람이 너뿐이 없다."

"저는 믿으셔도 돼요. 제가 경찰이잖아요. 경찰이 딴짓하겠어요. 요즘 경찰은 옛날과 달라요. 조금만 잘못해도 큰일이 난다니까요."


전화를 끊은 서경사는 속에서 올라오는 탐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은행보다는 현금을 잘 보관해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친할머니가 가진 땅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가장 잘했던 사람이 바로 고모 아닌가. 생각보다 사이즈가 클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간 재흥은 빌린 돈을 구할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판돈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보상금이 어디서 나올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굴리다가 장모가 생각이 났다. 장모의 외가 쪽이 이곶에서 오래 살았으니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치매가 심하다고 하는데 찾아가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급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보, 물어볼 것이 있는데 말이야."

여자는 불안했다. 여보라는 말보다는 이름이나 쌍욕이 익숙한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왜, 갑자기 안 쓰던 호칭도 쓰고 그래."

"내가 사는 게 팍팍해서 그렇지 내가 당신뿐이 없는 거 알잖아."

여자는 남편을 믿지 않은지가 오래되었다.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가져갈 때만 살짝 부드러워졌을 뿐 그 외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필요 없는 사람에 불과했다.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엄마의 인생을 보면서 더욱더 위축되어 살아갔다.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데."

"그게 있잖아. 당신 할머니는 괜찮으셔? 치매가 심하다고 그랬잖아."

"갑자기 걱정이 되는 거야? 엄마 말로는 요즘 사람을 잘 못 알아본다고 하더라."

"아이 참, 치매가 참 무서워. 보험이라도 들어둘걸 그랬나 봐."

"치매보험은 쓸데없는 거라고 말했던 거 기억 안 나?"

"나야 그때는 잘 몰랐지. 치매가 그렇게 힘든 질병인걸 말이야. 아무튼 할머니도 오늘내일하시겠네."

"아무래도 그런가 봐."

"그러면 당신이라도 잘 살라고 뭐라도 남기지 않을까."

"그래 당신이 왜 관심을 가지나 했다."

"아니야. 나 돈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힘들게 살았잖아. 돌아가시는 마당에 도움이 되면 좋지 머. 나 그거에 욕심 가지지 않는다. 내가 양심이 있지. 그건 당신이 잘 관리해서 쓰면 돼. 나도 이제 도박 같은 거는 안 하고 배나 타려고 생각 중이야."

"아무튼 그런 이야기 없었고 만약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엄마가 알아서 할 거야."

"그래... 그렇겠지. 언제 한 번 할머니 좀 보러 가자고. 나도 이제 내 역할 좀 해야지. 내가 너무 막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자는 남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동안 돈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거머리같이 착 달라붙어서 끝까지 찾아내는데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것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학교 다닐 때 자신을 좋아했던 봉식이가 생각이 났다. 봉식이와 결혼을 했더라면 이런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촌구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금 이 남자를 선택했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결혼 전까지의 거짓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없는 돈을 끌어다가 자신의 환심을 사고 이미 결혼 전에도 온라인 도박에 중독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얼마 전에 잠깐 전화를 한 것이 기억이 났다.


"여보세요."

"봉식아 나 복희야. 잘 지내지? 며칠 전에 가는 거 봤어."

"아~ 복희구나. 어쩐 일이야.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이 동네 좁잖아. 전화번호야 한 다리만 걸치면 다 알 수 있지."

"그렇구나. 요즘 잘 지내지?"

"별일은 없어. 그냥 장날에 나가서 조금씩 팔고 살아가고 있지."

"남편은 뭐하는데?"

봉식이는 이미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체 하지는 않았다.
"자기 일로 바빠. 이번에 하는 일이 잘되면 괜찮다는데 모르겠어."

"그렇구나. 잘 살면 되지 뭐. 나 엄마랑 밥 먹어야 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그래, 밥 잘 먹고 나중에 통화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녀의 뒤로 욕설이 들려왔다. 밥을 언제 차려주냐는 남자의 조급함이 담겨 있는 짜증 섞인 말투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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