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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9. 2022

카이지

인생 막장의 당신에게 희망의 불씨는 없다. 

세상에 준비 없이 옆에 자리해주는 운이라는 친구는 없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운이라는 친구는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운이라는 친구가 온 것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 친구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온전하게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친구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잘 대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그 운이라는 친구는 말없이 떠나간다. 그것도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데리고 떠나간다. 


운이라는 친구는 찾아와서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잡았는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것이 온전하게 자신의 능력이나 혹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행운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좋지 않은 친구다. 안 좋은 일은 이야기해주지 않고 좋은 결과만을 이야기해준다. 당신에게 그런 행운이 계속 올 거라고 속삭이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제작한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끌었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콘셉트는 이미 일본에서 오래전 영화나 드라마로 개봉한 적이 있었다. 일본 영화, 드라마, 쇼프로를 보고 있으면 한국 콘텐츠의 일부 미래를 볼 수 있다. 너무나 닮아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특히 연예나 쇼프로는 오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마치 판박이 같을 때가 많다. 


2015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카이지(참고로 원작 만화 케이지는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본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모든 것을 정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갈 것 같은 일본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가생활 중에 하나는 바로 도박이다. 일본 역시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일찍이 삼포세대가 사회에 자리 잡아 왔다. 한국인들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서비스 마인드가 높지만 계산은 철저한 것이 일본인들이다. 


영화 속 주인공 카이지는 어떤 측면에서는 아주 바보 같은 사람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나 순진한 사람이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과 너무나 닮아 있다. 그렇게 당하고도 사람의 선함을 믿는 사람이다. 보증 섰던 친구의 빚을 대신 갚을 생각하고 살짝 무시해도 좋을만한 그런 상황에서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한다. 별다른 희망 없이 살던 패배자 카이지는 게으른 생활을 하다가 악덕 금융회사 여사장인 엔도 린코의 제안에 따라 인생역전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일본 만화를 적지 않게 접했는데 카이지라는 만화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반에 그 실상을 잘 다룬 작품이었다. 밑바닥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카이지는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가위. 바위. 보 게임에 참여한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12장의 가위. 바위. 보 카드가 제공되고 각자 1개당 백만 엔으로 취급되는 별 세 개를 지급받는다. 서로 가위. 바위. 보 카드를 내서 지면 별을 하나씩 빼앗긴다. 30분 내에 같이 참여한 패배자 그룹에게 12장의 카드를 모두 사용하고 별이 세 개 이상 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별에 해당하는 300만 엔을 받게 된다. 쉽게 보이지만 30분이라는 제한시간과 누가 날 속일지 모른다는 불신에 스스로 무너져간다.   


가위. 바위. 보 게임에 지면 지하도시를 만드는 세계로 끌려가 빚을 갚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지하도시에서 죽어라고 일하는 이들을 보면서 마치 일제강점기의 해저탄광이 있던 군함도의 삶이 살짝 엿보인다. 빚을 조금씩 갚기 시작하면 한 달 월급이 제공되는데 맥주와 안주 조금 사 먹으면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 마지막 기회가 있으니 초고층 빌딩에서 좁은 철골이 연결되어 있는 끝과 끝을 건너가면 된다. 그러면 500만 엔(?)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 두려움을 겨우 이겨내고 끝까지 두 명이 카이지와 다른 한 명이 도착하지만 기압차에 의해 한 명은 떨어지고 모든 돈을 정산하고 보니 수중에 남는 돈은 70만 엔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유키오는 또 한 번의 게임을 제안하는데 일명 황제 게임이다. 황제 1장, 시민 4장으로 구성된 황제 카드와 노예 1장, 시민 4장으로 구성된 노예 카드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둘 다 한 장씩을 내미는데 황제는 모든 시민을 이길 수 있으나 시민과 시민은 서로 똑같다. 황제는 단 한 장의 카드만 이기지 못하는데 노예는 잃어버릴 것이 없기에 노예에게만 진다. 즉 노예 카드를 선택하면 20% 확률로 불리한 게임을 해야 하지만 노예로 황제를 이기면 건 돈의 10배를 받을 수 있다. 카이지는 유키와의 심리게임에서 지지만 간신히 엔도 린코를 설득하여 5천만 엔을 빌린다.


극적으로 이겨서 5억 엔의 상금을 받는 데 성공하지만 나쁜 여자 엔도 린코에게 속아 대부분의 돈을 엄청나게 고액의 이자를 뜯기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깨어난다. 돈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것 같지만 속마음은 철저하게 감추는 사람들의 속성과 내면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의 추한 이면,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벌더라도 그 돈을 가지고 무언가를 크게 한탕해보려는 사람들의 인생 묵시록이 담겨 있다. 운은 친절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머물러주며 자신의 시간을 채우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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