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식후경 (關東食後景)의 관동제일루 망양정
지역마다 자리한 향토음식은 고유한 맛이 있고 역사와 지역성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간혹 지역의 음식이 프랜차이즈화 되어서 대도시로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 맛의 유래와 의미를 알지 못하면 그 본연의 맛을 알기가 쉽지 않다. 대게 하면 보통 영덕, 울진, 포항 등을 연상하는데 어떤 지역이 가장 맛있다고 말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대게는 보편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게가 어떤 식으로 재가공되느냐에 따라 지역의 맛이 달라지게 된다.
울진에는 대게를 활용한 특이한 음식이나 가공식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 게짜박이라는 음식도 있었다. 모든 음식은 필요에 의해서 탄생하기도 한다. 울진은 보통 쪄서 먹으면 끝이 나는 대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해각포로 낸 육수에 시래기와 쌀을 넣고 된장으로 간 한 대게 국 죽부터 갓 잡은 대게와 채소를 넣고 끓여낸 게 짜박이뿐만이 아니라 이 음식점의 음식처럼 게딱지에 내장과 속살, 양념을 넣고 폭폭 하게 끓여낸 게짜박이는 독특한 맛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1박 2일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여성분이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몇 끼를 같이 먹었으니 잠깐 동안의 식구였던 셈이다.
이곳에는 게짜박이 양념을 파는데 따뜻하게 데워서 비벼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대게에서 나오는 육수로 특별한 양념 없이도 맛이 기막힌데 울진까지 찾아간 보람이 여기 있었다.
울진의 왕피천이라는 곳은 처음 가보았다. 영양군에 자리한 금장산(849m) 서쪽 계곡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다가 신원리에서 유로를 북동쪽으로 바꾸며 장수포천이라 불리다가 울진군 서면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왕피천에는 길지는 않지만 관동팔경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실직국의 왕이 이부근에 피난해 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마을 이름이 왕피리라고 하고 왕이 살았던 앞에 흐르는 냇물이라 왕피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왕피천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크리스털 캐빈의 이용요금이 다른데 대인 기준으로 왕복(10,000), 편도(6,000) 요금이 일반 캐빈 요금이며 크리스털 캐빈은 대인 기준 왕복 (12,000), 편도(8,000) 요금이다. 소인은 대인에 비해 1,000원씩이 저렴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왕피천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해수욕장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강의 하구에는 보통은 해수욕장이 형성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곳에 자리한 해수욕장이 바로 망양해수욕장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관동팔경을 보러 갈 수가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다양한 볼거리와 간단한 옛날의 놀거리도 즐길 수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 동해안에 망양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있는 누정인 망양정은 관동팔경 중 관동 제일루라고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숙종이 그렇게 칭찬했다고 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망양정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다. 망양정은 무성한 송림에 둘러싸여 있으며, 언덕 아래로는 동해안의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의 여덟 명승지가 바로 관동팔경이다. 관동팔경하면 자연스럽게 정철이 연상된다. 관동별곡이 관동팔경과 금강산 일대의 산수미를 노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동팔경은 강원도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청간정과 삼일포,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경상북도 울진의 망양정과 월송정을 일컫는다.
망양정에 올라서 볼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당대 최고의 유학자들도 이곳에 와서 시를 지었다고 한다. 동해의 조망, 해돋이 풍경 등 바다와 호수 및 산의 경관이 잘 어우러진 빼어난 곳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다.
망양해수욕장은 한 번도 찾아가 보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망양해수욕장을 찾아가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듯하다.
망양(望洋) 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자리 잡은 망양정은 조선조 숙종이 관동팔경의 그림을 보고 이곳이 가장 낫다고 하여 친히 관동 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글씨를 써보네 정자에 걸어두었는데 이곳에 가면 볼 수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정자가 이곳 북쪽 망양리 현종산에 있었으나 1858년 현재의 자리로 옮기고 1958년 고쳐지었다고 한다. 이번의 여정은 걷고 또 걷고 그리고 걸었다.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경북 울진의 매력은 곳곳에 있었고 울진만의 맛이 있었던 여정이었다. 그 어느 계절보다 진한 맛, 보는 맛, 밥상 위에 여름이 찾아와 있었다.
육수의 재료나 반찬으로 이용하는 해각포는 대게를 쪄서 말린 식재료로 다리가 떨어진 대게를 소비하거나 오래 보관해 먹기 위한 대게마을 사람들의 지혜를 접하기 위해 한 봉지를 구입해왔다. 특이하다. 해산물을 말린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라고 할까. 껍질을 깬 후 말린 속살을 먹고 남은 껍질을 라면에 넣어먹었는데 맛이 제법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