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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적금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된 왕배푸른숲도서관

보통 사람들이 에너지라는 것에 대해 보는 관점은 비용이나 생활비다.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혹은 보존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이기도 하다. 에너지 없이 자신의 집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모든 것에 에너지가 스며들어 있다. 그렇지만 그 에너지를 아끼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꼭 우크라이나가 아니더라도 에너지는 점점 더 비싸질 예정이었다. 좀 더 당겨진 에너지 요금의 상승은 이미 2022년부터 시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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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 때 한국은 에너지를 잘 보존하는 제로에너지 타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렇지만 외국의 주택설계책들을 보면 이미 그때부터 제로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주택 설계가 나오고 있었다. 과제를 위한 건축설계를 할 때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재를 사용한다는 그런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 자체도 없었던 때다. 기껏해야 앞선 개념이라고 해봐야 보행자 중심의 도로설계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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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공건축물 등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가 한국 에너지공단과 함께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핵심 정책인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 지원사업은 ZEB 인증을 받고자 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도 운영기관 및 친환경 설계 전문기관이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여 건축비용과 에너지 성능 최적화를 통해 적게 쓰고 적게 생산해도 되는 건물을 지향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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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단독주택에서 거주했었는데 단열이라는 개념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초만 적용이 되었던 때다. 건축업자들은 그냥 최대한 저렴한 자재를 사용해서 지으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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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자리한 동탄 7동 도서관으로 왕배 푸른 숲 도서관은 ZEB1등급을 받은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다. 2020년에 받았으니 10년간 유지가 되는데 단열성능은 극대화(패시브)하고 설비는 고효율(액티브)적으로 설치한 건물이다. 지금까지 127여 건을 컨설팅을 지원했지만 설계변경 후 본인증(준공)까지 취득한 우수사례로 이곳과 한국전력공사 영종 지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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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반드시 지켜지는 물리학 법칙 중 하나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에너지를 절감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에너지 적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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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왕배푸른숲도서관의 구조를 이곳저곳 살펴보았다. 다른 도서관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조명이 필요한데 이 도서관은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래된 도서관을 보면 채광보다는 조명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도서관은 그래서 시원스럽게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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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구조는 최신에 지어진 도서관답게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책을 읽는 사람 위주로 공간이 설계가 되어 있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조명밀도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용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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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곳곳을 돌아보아도 채광이 일반 도서관 건물과 다르다. 우선 계단의 동선이 다른 도서관과 달리 외곽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연스레 밖의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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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환경의 날' 기념행사를 비롯하여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내 삶에 물든 그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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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자주 방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양도 양이지만 도심 속 지식의 숲을 지향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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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고정관념을 깨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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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오면 정말 조용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상당히 시끄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책을 읽고 있지만 그것을 읽는 머리는 시끄럽게 요동치며 생각의 전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건축을 생각하며 직접 참여는 하지 않아도 한 발쯤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에너지가 적금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한 요즘 제로에너지는 이제 중심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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