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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7. 2022

머니 엔트로피

전쟁 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월 26일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금 수출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매년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금의 약 10%를 생산하는 규모가 큰 금수출국가이기도 하다. 여러자산중 금은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큰 자산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미래에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돈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도 하고 자신을 옥죄기도 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이 없었다면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전 같은 전투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과 같은 도덕적인 의미가 부여된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노예해방은 구실일 뿐 경제적인 이익의 충돌에 있었다. 남북전쟁 초기에 남군은 북군에게 연속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링컨의 북군은 전쟁을 지속할만한 돈이 부족한 상태였다. 유럽의 금융재벌들에게 다시 고액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전쟁을 지속했을 경우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빛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던 링컨은 금과 같은 금속화폐와 연결되지 않는 화폐를 발행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정부가 발행한 새 지폐는 4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전쟁 화폐로 인해 만들어지는 여파는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된다. 과거 미국의 남북전쟁이 유럽과 미국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세계화가 된 지금은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비행기를 타고 가도 한참을 가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어떤 식으로 머니 엔트로피가 확산을 만들어낼까. 환율이 그 여파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환율과 수출이 제한된 자원의 여파가 합쳐져서 물가를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보통은 물건을 사려고 하는 수요가 많은데 이번 인플레이션은 스테그네이션(불황)과 함께 찾아왔다. 최근 삼성과 LG의 전자제품 재고량이 상당한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만 있다면 물건을 지금 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오늘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 오늘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머니 엔트로피는 단순하지 않게 만들어진다. 국제 금융재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경제 불황의 조작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그들에게 매우 좋은 호재였다. 0%에 수렴하는 금리는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연준이나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령을 줄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올리고 있다. 구실은 만들어졌다. 이미 자연적으로 대응하기 힘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의 파도는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식과 가상화폐로 들어간 돈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풀린 돈은 부동산을 올리고 다음에는 주식 마지막으로는 가상화폐와 같이 납득은 되지 않아도 돈만 된다면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거품이 빠질 때는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의 역순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걸 두고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고 한다. 


우리는 안방에서 TV와 SNS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전쟁으로 인해 받는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중국 옥죄기,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이 모두 합쳐져서 오늘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쉽게 해소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19가 불을 붙이고 전쟁 화폐가 만들어낸 화폐전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 구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번 스테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전쟁의 다른 모습이다. 실제 전쟁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진 머니 엔트로피는 어디까지 확산이 될지 모른다. 전쟁이 시작된지도 한참이 되었지만 이제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히 오른 물가로 인해 먼 나라 이야기는 더 이상 주요 관심사가 될 수가 없다. 이미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등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와 NFT 등 가상 자산은 ‘더 큰 바보 이론(greater-fool theory)’에 근거했지만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풀어놓은 돈이 아무 곳에나 파동 치듯이 몰려갔다. 2020년부터 시작된 머니 엔트로피는 2022년부터 축소되는 과정에서 곳곳에 여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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