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천리길 스탬프 투어의 무주 생태길 내도리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말을 하는 데 있어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이 된다. 그렇지만 좋은 말도 좋지 않은 말보다는 속도는 느리지만 천리를 갈 수 있다. 천리를 순식간이 아닌 천천히 그리고 곱씹듯이 가는 말을 하듯이 가다 보면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서두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언급하는 것은 금강천리길을 만나 보기 위해서다. 금강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길을 따라가는 것이 바로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듯이 만나볼 수 있다.
반딧불 축제가 올해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 동안 이루어지기로 예정이 되어 있는 무주를 찾아가 보았다. 금강이 시작한다는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대전에 이르기까지 북으로 흐르는 금강을 따라 북상하는데 그곳을 따라가다 보면 구불구불 휘어진 물길에서 산자락으로 자연스럽게 풍경이 피어오르는 공간이 나온다.
마을로 통하는 교량의 공식 명칭은 내도교라고 쓰여 있지만 이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앞섬교가 익숙하다고 한다. 무주 읍내에서 북쪽 산모퉁이를 돌면 내도리(內島里)라는 마을은 처음 가본 곳이다. 한자로만 본다면 육지 속 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다리 건너 물길이 크게 휘돌아 감싼 곳은 앞섬마을(전도)이고, 앞섬을 통과해 다시 다리를 건너면 뒷섬마을(후도)로 갈 수 있다.
앞섬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읍내로 나갈 수 있었기에 마을 고유의 색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직접 가서 보니 마을은 평온한데, 강 건너 산세는 가파르고 남다른 것이 경상북도의 절경이 좋은 곳 못지않다. 부드러운 강물과 기암절벽이 대조를 이루면서도 조화로운 곳이 글이 천리를 가듯이 그렇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주에 이런 곳도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곳은 지나치다가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육지 속의 섬과 같은 곳에 강변 산자락을 따라 초록의 녹음과 여름의 백일홍이 피어나면 마을은 말 그대로 꽃 대궐로 변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막 망울이 부풀어 오르듯이 더위도 왔지만 강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주~~~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다.
무주읍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아는 사람이 아니면 모르겠지만 앞섬마을에는 강변 제방을 따라 농로 겸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강과 들판을 끼고 여름날의 산책을 즐기며 충분히 땀을 흘려볼 수 있다. 후도교 건너 뒷섬마을 어귀에서 시작하면 되는데 이곳에서 무주로 이어지는 길에는 ‘소풍가는길’과 ‘학교가는길’이라는 이름이 붙여 두었다고 한다.
무주 하면 이제 태권도 아니면 반딧불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무주에 자리한 금강천리길의 대부분은 반딧불이 다발 생지 역으로 보호를 해야 된다는 안내문 구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여름의 에너지를 모아 초록의 색이 진해진 가지 사이로 금강의 강물이 흘러가고, 햇살 따스하다 못해 에어컨이 생각나는 강의 모래밭에는 무언가가 많이 자라나고 있다. 여름에 볼 수 있는 꽃나무에는 화사하게 꽃을 피웠고, 강가에 뿌리내린 초록색의 생명들은 싱그럽다. 길도 물도 좋지만 뜨거운 여름 기운에 걸음걸이가 사뭇 묵직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말 없는 마음이 한 길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들면 어떨까. 금강 천리길은 그렇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흘러가는 금강의 물길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면서 마을에 심어져 있는 복숭아나무에서 수확한 복숭아도 보고 다리를 지나면서 조용히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청량한 물소리가 투명한 수면에 반사되는 햇살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