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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배, 성

태안의 바다 안흥항과 마을을 거닐다.

비가 그치고 유난히 뜨거운 햇살이 내리쬘 때 태연하게 태안이라는 지역을 찾아가 보았다.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굽이치는 해변길(샛별길·바람길)이 있는 태안(泰安)은 클 태, 편안한 안을 쓰는 지역이다. 서해에서 보기 쉽지 않은 거센물살이 흘러가는 지역이 태안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곳에서 배도 많이 좌초가 되었다. 그렇게 바다를 보고 안흥항이라는 항구에 떠있는 배와 그 부근의 안흥진성을 거닐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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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곳에서 살았던 것처럼 태연하게 이곳 안흥성안마을로 들어가 본다. 태안군에 속해 있으며 원래 한반도에서 폭 대비 길이가 가장 긴 반도였던 안면도는 1638년(인조 16년) 세곡을 나르기 위해 중간에 운하를 파는 바람에 섬이 되었다가 다리가 놓여서 다시 육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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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해류가 급격하게 흐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안흥성은 조선시대에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바다 전망대로서 수백 년 세월 동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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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은 마치 하나의 작은 국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길게 아래로 뻗어 있는 것이 마치 작은 한반도가 자리한 것처럼 보인다. 발굴과 탐사를 통해 태안 앞바다가 조운로였으며 무역로, 외교 항로였던 것을 밝힐 때 이곳 안흥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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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거리는 바다에서도 배들은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태안은 반도 지형으로, 삼면이 바다와 접해 있는데 그 긴 해안선은 무려 559.3㎞. 서울~부산 거리보다 길다. 조금만 가다 보면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는 이정표가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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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온도는 조금 덜하지만 쨍한 햇살은 바깥에 있는 시간을 조금은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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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항의 안쪽을 보니 조금 특이하게 생긴 다리가 눈에 뜨였다. 저 건너편은 태안군의 또 다른 섬인 신진도다. 저 다리는 차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아니라 걸어서 넘어가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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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 걸어 올라가는 이 구간을 올라가면 다리의 위로 올라가 볼 수 있다. 신진도에서 안흥 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면 태안의 또 다른 섬인 가의도로 갈 수 있다. 신진도라는 이름은 육지와의 왕래를 위해 새로 나루를 개설하여 ‘새나루’라고 칭하였고, 이것을 한자로 신진(新津)이라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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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서서히 돌아서 올라가듯이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 덜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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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홀로 외로이 태안의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뒤로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있는 구름이 마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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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 자리한 안흥진성은 돌로 쌓은 성으로 진성이라는 단어는 조선 시대 지방의 군사적 중요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벽을 뜻한다. 안흥진성의 남쪽 성벽에 새겨진 글자에 의하면 1583년에 처음 쌓은 것으로 보이며 이후 1655년에 크게 고쳐 쌓았다고 한다. 태안에 있는 성곽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전체 길이는 약 1,798미터에 달하는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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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걷는 곳마다 따뜻한 바람이 목에 땀을 흘리게 만들게 하고 있지만 앉은 나무에는 그늘이 지고 천천히 밟은 땅에는 여름꽃이 수줍게 피어날 테니 이곳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조금은 편안해질 것이다. 안흥진성의 뒤쪽에 와서 멀리바라보니 이곳에 사람이 살았을 때는 어떠했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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