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해산물 시장에서 만난 색다른 맛
세상에는 많은 맛들이 있다. 어떤 맛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선호가 갈리지만 공통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선호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도 있다. 크게 보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양분되기도 한다. 해산물은 대부분 제철에 맛볼 수 있고 고기는 철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직접 바다로 나가보지 않아도 시장만 가면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처서가 지나니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가 있는 것이 바로 처서라는 절기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말도 있지만 처서에는 해산물도 풍부해지기 시작한다.
가을 전어가 여름 전어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가을에도 먹기에 좋은 것이 전어이기도 하다. 전어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비늘을 살짝 벗겨내고 칼집을 내어 소금 위에 얹어서 구워 먹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올가을 꽃게가 대풍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늦장마가 연근해 어장 생태계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꽃게 풍년을 점치는 이유는 꽃게 어장 형성 및 생육에 가장 중요한 8월 초에 비가 자주 왔기 때문이다. 전국에 폭우를 쏟아부은 덕분에 가을 꽃게가 풍년을 맞이한 것이다.
다양한 먹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떤 먹거리를 선택할지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다. 매번 먹던 대하를 사서 구워먹어 볼까. 회는 연중 먹을 수 있으니 우선 선택지에서는 지워본다.
아직은 낮에는 좀 덥다는 느낌이 든다. 이 더위는 백로가 지나야 비로소 시원해진다는 느낌이 들 듯하다. 백로의 한자는 흰 백, 이슬로로 맑은 이슬이라는 뜻으로 장마가 걷힌 후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게 되는데 이때에는 가을 과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많이 잡히지 않는 조개로 죽합 즉 대나무 조개가 있다. 대나무 조개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식재료로 칸놀리끼(Cannolicchi)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되지만 주로 파스타에 넣어서 먹는다고 한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죽합이 아니라서 주문을 해보았다.
크기가 상당한 편이다. 쪄서 먹는 것이 가장 간단한데 찜기에 된장을 풀고 10분이 안되도록 찌면 딱 먹기에 좋게 익는다. 조갯살이 상당히 큰 편이라서 가위로 잘라서 먹는 것이 부담이 없다.
죽합은 이렇게 쪄서 먹을 수도 있지만 조개껍질을 한쪽만 깐 후에 치즈와 파슬리 등을 얹어서 요리를 하듯이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맛은 조개와 소라가 합쳐진 그런 느낌이다. 쫀득한 맛과 단맛, 씹는 맛이 같이 있다. 그러면서도 소라살의 텁텁함은 없다. 이런 것이 대나무 조개였나라는 생각이 든다. 안에 먹을 것은 대합보다는 크고 가리비에 비해도 더 많다. 필자가 대쪽 같은 성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죽합은 잘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