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 변신하면서 만들어내는 감칠맛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하게 된다. 변해가는 식재료중에 더 맛이 진해지는 것들도 있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꼭 필요한 간장이 대표적이다. 간장은 부패하기 쉬운 식재료를 오랫동안 그 맛을 유지하게 만들 뿐만이 아니라 감칠맛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제조법과 담근 햇수에 따라 맛의 정도와 빛깔에 차이를 보이는 간장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하였다고 한다. 간장은 바로 메주를 쑤는 것부터 시작한다. 메주의 주재료는 콩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아미노산과 글루타민산으로 변화하게 된다.
서산의 이 음식점은 간장을 베이스로 한 요리를 내놓는 곳이다. 살은 달달하고 내장은 쌉싸름한 황게장이나 슈페이러급 생연어로 숙성한 담백한 느낌의 연어장,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관자의 감칠맛이 있는 관자장, 탱글탱글한 살과 내장의 고소함이 담긴 새우장 정식 등을 선택해볼 수 있다. 필자는 관자장 정식을 주문해보았다.
밥 위에 노란 계란이 얹어지고 날치알이 곁들여진 위에 관자장을 부어서 먹으면 된다. 국균의 효소가 단백질·전분·지방을 아미노산·포도당·지방산 등으로 각각 분해시키며 이와 동시에 야생 효모와 유기산생산균이 번식하여 간장의 맛과 향기가 형성되게 되는데 간장은 그렇게 집집마다 다른 맛을 내게 된다.
간장밥 자체가 짠맛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담백한 국이 궁합이 맞다.
“메주 한 말, 소금 여섯 내지 일곱 되, 물 한 통으로 하되 가을·겨울 간에는 이보다 적게 하고, 늦은 봄에는 이보다 많이 한다. 메주는 잘 띄워서 다시 소금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쓰고, 항아리에 먼저 대나무로 겅그레를 만들어 그 위에 메주를 얹어놓고 끓여 식힌 소금물을 붓는다.” - 증보산림경제
나온 관자장은 간장이 잘 베이게 관자를 넣은 것과 양파, 새싹, 청양고추, 와사비등이 들어가 있다. 이 소스를 밥에다가 넣고 비벼서 먹으면 된다. 관자는 당연히 키조개의 관자를 사용하였다. 키조개의 관자는 크기만큼이나 큼직한 데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 때문에 살을 제치고 가장 인기가 좋으며 단백질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지만 열량은 낮은 저열량 식품이며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이 많아 동맥경화와 빈혈의 예방에 좋다고 한다.
지금은 그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1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에 하나가 김치를 담그는 것과 장을 담그는 것도 있었다. 주술적 의미로 고추나 숯을 장 위에 띄웠지만 살균과 흡착의 효과도 있었다. 간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우리의 식문화로 오랜 시간 고유의 맛이 생겨나고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