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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3. 2022

역사에 가정

수양대군에게 맞선던 박팽년과 박심문을 기린 창계숭절사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다. 현재를 지나치는 순간 과거가 된다. 과거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바꿀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나간 과거에 대한 가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과거를 탓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부정이 되고 자기부정이 되면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 현재가 문제가 되면 미래 역시 밝아질 수가 없다. 미래가 언젠가는 현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가 돌아볼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행동에서 배우면 된다. 행동에서 배우면 자신을 바꿀 수가 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스승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곳은 중구 안영동에 자리한 창계숭절사라는 곳이다. 대전의 문화재자료 제2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수양대군에 맞섰던 박팽년과 충신 박심문을 기리는 곳이다.  

회덕현 흥농촌 왕대 벌(동구 가양동)에 태어난 사육신 박팽년은 평소 가야금 타기(필자와 비슷한 취향)을 좋아해서 스스로의 호를 취금헌으로 지었다고 한다. 훈민정음 창제 등 여러 업적을 남긴 박팽년은 집현전 학자 중 경술과 문장·필법이 모두 뛰어나 집대성(集大成)이란 칭호를 받았다. 

박심문은 1453년(단종 1)에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기 위하여 일으킨 계유정난 때 김종서 등이 살해되자, 크게 분개하여 조정에 출사 하지 않고 은밀히 성삼문(成三問)·하위지(河緯地) 등과 왕래하면서 단종 복위를 도모하였다. 그렇지만 1456년(세조 2) 질정관(質正官)으로 명나라에 다녀오다가, 의주에 이르러 성삼문 등 육신이 참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음독자살하였다.

지인과 만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하늘을 쳐다보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이들의 행보는 이렇게 후손들에게 이야기를 남기고 있었다. 

그림자는 자신이 의지하는 물체에 따라 아무런 의도나 규칙도 없이 행동한다. 세상에는 인간과 사물, 모든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근본적인 원리가 있을 수 있다. 시간은 앞으로 가고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창계숭절사는 접근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대전에 있는 역사의 한 줄기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난 듯 검노메라. 야광(夜光) 명월(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 이시랴.”  - 박팽년


가정을 하지 않고 배우는 것으로 과거를 이해하고 역사를 바라본다면 삶을 현명하게 사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번지가 인에 대해서 공자에게 물었다. 이에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앎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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