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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6. 2022

그해 여름, 오는 가을

생태가 살아 있는 창원의 주남저수지의 하루

마치 여름이 끝나는 것을 알리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태풍이 지나쳐갔다. 신록 같은 계절에 공간이 속삭이고 사람이 미소 짓는 여름이 지나갔다. 오는 가을에는 센티해지는 느낌과 함께 울긋불긋 나뭇잎의 색이 물들면서 다른 추억을 만나게 해 줄 것이다. 가을의 단풍이 수줍은 모습처럼 붉게 물든 단풍을 보았던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창원 주남저수지에 오면 향토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그때 그 시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향토사학은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오면서 다루었던 도구라던가 생활용품들도 포함이 되어 있다.   

향토(鄕土)는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온 생활 터전으로 고향(故鄕)을 의미한다. 곳에 따라 서로 다른 생활환경으로 각기 특색 있는 지역 사회를 이루게 된다.  주민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갖가지 생업을 갖게 되었다.

주남저수지 주변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전에 보았던 물건들과 오래된 영화의 포스터들도 보인다. 옛날에는 영화관에는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걸렸던 기억이 아련하게 생각난다.  ‘민속자료’는 풍습·관습·의식주 및 그것에 사용되었던 물건들, 즉 장승·옛 가옥·떡살·성황당 등이 이에 속한다. 

장미희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첫사랑은 못 잊어라는 영화의 포스터다. 첫사랑은 성인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미숙하지만 첨예한 감수성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이 시기는 성숙한 사랑의 섬세함이 있다. 

주남저수지의 아래쪽에 오면 람사르 문화관이 나온다.  습지를 보전하자'는 람사르 정신을 국내외에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람사르협약의 역사와 주요 내용을 전시 및 교육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람사르 정신에 입각하여 향후 주남저수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증진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오면 주남저수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습지는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고, 침식방지, 정수, 해안지대 보존 등 환경적으로 다양한 순기능을 한다. 우리는 자연에 완충지대가 없이 너무 많은 개발을 해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나 강에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은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연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설사 그곳에서의 뷰가 아무리 좋다한들 우리는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이 시기에 주남저수지는 걷기에 좋은 곳이다. 주남저수지를 가을 여행지로 선택했다면 가을 감성에 물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철새들이 오고 가는 이곳에는 전망대를 비롯하여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있도록 걷는 구간을 조성해두었다. 


여름에 보았던 연꽃의 의미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보여준다. 저 너머에 있는 산에 구름은 하얀색으로 채워진 것처럼 보인다. 청초하기만 한 연꽃이 지고 난 후 느껴지는 숨결은 여름이다.  

그해 여름과 오는 가을이지만 지난날 놓쳐 버린 것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기도 한다.  발전이 없는 인간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만 매달릴 뿐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가난해지지도 부유해지지도 못한다. 오직 변화를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사람만이 신중함과 의욕으로 충만한 삶을 그리며 천천히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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