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삶과 기억의 설계자

그녀에게는 독특한 능력이 있었다. 약간은 자폐 스펙트럼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살지는 않았다. 어릴 때 그녀는 주변에 있을만한 이야기를 순간적으로 만들어내어 마치 없었던 일도 있던 일처럼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거짓말과는 달랐다. 마치 없었던 누구의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녀는 그런 능력 덕분에 지금은 게임회사에서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연을 보려고 찾아가는 시간의 쉼이었다. 풀 한 포기, 풀 꽃 한 송이, 흘러가는 물과 계곡의 사이로 부는 바람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는 마치 파노라마로 기록된 사진처럼 대부분의 풍경들을 기억했다. 이제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세계도 존재하는 세계처럼 인지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녀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왔는데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더 다이브라고 해서 다이빙하는 이야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한때는 선수였으나 지금은 강사로 일하고 있는 지희라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남동생이 어릴 때 물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누가 봐도 운동하는 사람처럼 몸은 잘 관리가 된 모습이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여러 운동을 접한 사람을 만났는데 근육의 쓰임이 달라서 몸의 균형과 미세한 근육선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오는 지희를 보면서 서연이는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연이라고 해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건네준 명함을 받으면서 지희는 한 번 살펴보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저는 딱히 명함이 필요하지 않아서 명함은 없어요."

"아~ 괜찮습니다."

"하이다이빙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으시다고요."

"예 이번에 제가 다이빙과 관련된 게임 설계를 하고 있거든요."

"아 그런 것도 하시는군요. 그런데 설계라는 것이 어떻게 하는 거예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장소를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그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그 세상을 바라보고 만들어진 캐릭터의 내면 속에 살아가게 하는 거죠."

"뭔가 심오한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네요. 뭐가 궁금하세요?"

"다이빙 혹은 다이브를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두어 번은 수업하시는 것을 멀리서 봤어요. 단순히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던데요."

"좀 하다 보면 알겠지만 솔직히 어려운 운동이에요."

"제가 느끼기에는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는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던 것에 비유하면 물과 플랫폼 사이의 절제된 도전 같아 보였어요."

"절제된 도전이라는 표현이 좋네요. 용기만 있어도 안되고 용기에 걸맞은 단련된 몸도 필요하죠. 그러고 나서 플랫폼에 올라가서는 다이브 할 자신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해요. 초기에는 그냥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나는 것 같지만 하면 할수록 그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알게 돼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것처럼 다이브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운동이군요."

"예 하면 할수록 만족도를 점점 줄이는 운동이기도 하죠. 몰랐던 것을 알게 만드니까요."

"오늘은 옆에서 강습하는 것을 지켜봐도 될까요?"

"예 그러세요."


서연이는 강습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과 순간적으로 비추어지는 감정이나 느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람이 가진 기억은 모든 것이 왜곡될 때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사실일 때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전체를 기억할 수 없기에 기억을 뭉뚱거려서 통째로 받아들인다. 퍼즐이 있다고 치면 아주 강렬한 기억이 아닐 경우 보통 가까운 기억부터 먼 기억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퍼즐 조각이 점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편화된 기억 속에서 사람들은 감정이라던가 어떤 두어 가지 사실만 남기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살아간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기억하려는 어떤 경험을 겪고 싶어 한다. 사람의 정신은 한 가지가 여러 경험을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나 추구하는 것마다 우리 정신에서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 서연은 그 미묘한 디테일을 잘 그려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의 기억은 잃어버리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생생했다. 사람들이 영화, 게임, 소설 등에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현실에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시나리오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지영은 친구의 첫 번째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전시전을 찾아갔다. 그녀의 말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트센터에서 열린 그녀의 작품 중에는 여름의 기운이 아직은 모두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가을이 보이는 것 같은 풍경 속에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다이버의 그림도 있었다.

"지영이 왔구나." 뒤를 돌아보니 친구가 서 있었다.

"응. 그건 너를 생각하면서 그려본 거야."

"아~ 그렇구나. 나 이 정도로 잘하지는 않는데 ㅎㅎㅎ."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겠어."

"다이브를 하지도 않았는데 선을 잘 그려냈다. 그림의 제목이 떨어지는 존재들? 무슨 의미야?"

"지금 가을이잖아. 난 다이브 하는 사람들이나 여름을 보내고 떨어지는 가을의 나뭇잎과 닮아 보였다. 어쨌든 간에 떨어지지만 가을 나뭇잎에도 아름다운 선이 보이더라고. 비록 물속으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말이야. 사람 역시 결국은 아름답게 떨어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보니까 다이브 하는 사람의 모습이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보이기도 해."


아트센터의 전시시간이 끝나고 지영은 친구와 함께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으로 향했다. 일명 오픈런으로 잘 알려진 빵집인데 조금만 늦게 가도 빵이 모두 팔려나간다는 핫한 집이었다.


The 다이브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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