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을사오적 1-03

1909년의 하얼빈 역

날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기차를 이용해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었고 역은 붐비고 있었다. 징하선(京哈线), 하다선(哈大线), 빈쑤이선(浜綏线), 빈저우선(浜洲线), 빈베이선(浜北线), 라빈선(拉浜线)이 지나는 하얼빈 역은 중화인민공화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난강구의 철도역이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있었지만 이날 따라 일본인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뜨였다. 러일전쟁의 승전 이후에 일본은 위대한 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어떤 중국인들도 일본인들을 쉽게 대할 수 없었다.


일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동아시아에서는 국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러일전쟁에서 승전한 후 4년이 지났지만 조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때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남자 한 명이 역의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이곳에는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 이곳에 도착하는 것이 맞지?"

"응 나도 그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니까. 유신삼걸 얼마나 멋있어."

"그러게 덕분에 일본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니까."

"일본이 그 위세 등등한 청나라를 굴복시키고 어마어마한 함대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까지 굴복시키줄 알았어?"

"그 무식한 조선인들에게 교육도 시켜주고 민생 안정을 하는 너그러움은 조선인들이 알야 한다니까. 왕 같지도 않은 조선왕은 그 은혜도 모르고 네덜란드에 사람들이나 보내고 말이야. 뭐 덕분에 외교권이나 군권도 모두 잃어버린 셈이지."

"맞아. 주제를 모른 거지. 군대가 없어진 나라가 어디 나라인가. 어차리 일본에서 군대를 주둔하게 되면 조선인들은 그런 필요도 없는 거지. 그런 놈들에게는 총이나 칼을 쥐어주는 게 아냐."

"이토 히로부미 각하의 조선 군대 폐지 칙령은 정말 잘한 거야."

"우리도 이제 조선에서 한 자리를 잡아야지. 그러려고 일본에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일본군의 초급장교로 보이는 듯한 두 명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환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의 조선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러일전쟁 이후에 러시아의 코콥초프 총리를 만나 한반도와 중국 둥베이 지방의 일본과 러시아 영향권 구분을 의논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온 것이었다. 원래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은 하야시 도시스케(林利助)였다. 조슈 번의 농민인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주조가 하급 무사인 이토 가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이토(伊藤)'라는 성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일본의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6세 때 요시다 쇼인의 송하촌숙에 들어가 공부하면서부터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로 떠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는 많지 않은 수행원을 데리고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그의 앞에 한 남자가 섰다. 그는 거리낄 것 없이 가슴속에 있던 총을 꺼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쏜 총알 2발을 맞았다. 이토 히로부미와 그의 수행원들은 총소리에 놀라 잠시 멈칫하다가 한쪽으로 피했다. 총알 2발을 맞았지만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상태에서 가슴에 있던 총을 꺼냈다. 그렇지만 그 방아쇠는 당기지 못했다. 그의 뒤로 온 남자가 그의 머리에 총알을 한 방 더 쐈기 때문이다. 남자의 몸은 힘없이 플랫폼의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는 후에 암살자로 널리 알려진 안중근이라는 사람이었다.


한일합방이 되고 나서 100년이 된 후에 하얼빈 역은 중국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중국 영토의 상당 부분은 일본에게 합병되었다. 하얼빈 역에는 1938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토 히로부미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한일 합방조약을 통해 조선을 완전히 식민지화했을 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재하였으며 중국 영토의 1/4을 일본 영토에 병합한 인물로 아시아에서 유래 없는 제국주의 국가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얼빈 역의 한 구석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安重根擊斃未遂伊藤博文事件發生地"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살인 미수 사건 발생지 19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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