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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22

가을이 오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장동의 코스모스가 설렌다. 

어쨌든 간에 가을은 또 왔다.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에 햇살에 비친 코스모스도 좋고 넉넉한 인심처럼 펼쳐지는 농촌의 풍경이 더 정겨운 계절이다. 하늘을 보니 청명해 보이는 구름이 수놓고 있고 각양각색의 코스모스가 부드런 고운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싱그런 바람 가득한 장동에는 하늘하늘한 코스모스가 설렌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9월의 추석이 지나니 10월부터 행사가 꽉 차는 것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전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축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것을 만회라도 하듯이 10월 초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경제는 엉망이 되어가고 있고 정치는 실종되어 왜 싸우는지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그런 복잡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곳으로 오면 열린 생각이 들게 된다. 

옛 스승은 선이란 밖에서 얻어들은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보고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응시를 통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창조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파란 하늘 아래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풀잎을 흔들고 가는 살랑대는 바람에 청량한 시구가 실려 있음을 느껴본다. 

아이가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돌지 않는 바람개비를 연신 돌리면서 즐거워한다. 아이 때는 소소한 것에도 그렇게 좋아했는데 왜 성장하면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철이 없이 사는 것이 좋다. 철이 없다는 것은 계산하고 재고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의 장동이라는 마을이다. 천문학에서 장동(章動)은 흔들림이라는 뜻의 라틴어  nutare에서 유래하였다.  가을의 장동은 말 그대로 흔들림이 아닐까. 분점 세차의 작은 불규칙성인 장동은 크고 느린 움직임과 함께 일어나는 작은 진동으로 주기는 18.6년이고 진폭은 9.2″이다.

사람이 몸소 그런 작은 진동은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는 항상 흔들림 속에 살아가고 있다. 흔들리다가 다시 돌아오고 돌아왔다 싶으면 다시 흔들리는 길로 가게 된다. 영원히 안정적이지도 않고 영원히 흔들리지도 않는다. 

계족산 아래에 위치한 대덕구 장동은 대부분 노령층이 거주하는 농촌마을로, 관광객들이 계족산 산림욕장, 황톳길 체험, 봄이면 청보리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 농촌 체험 등을 위해 찾는 곳이며 연간 20만 명이 방문하고 있는 곳이다. 

주민지원사업 우수 사례는 전국 각 시도에서 추진한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을 대상으로 국토부에서 서류·현장 심사, 평가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선정하는데 장동 공방 공동작업장 조성사업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바람이야 불다가 불지 않기도 하고 날은 좋다가 흐리기도 한다. 작년에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봐도 코스모스는 여전히 나풀거리는 것이 가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딱 좋은 시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을 끝내고 지구상에 처음 등장하였을 때는 지구가 젊음의 시기와 형성 초기의 격렬함에서부터 46억 년이나 되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였다. 중년기의 지구였기에 사람이 살 수가 있다. 그렇게 안정적인 시간을 보냈다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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