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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6. 2022

계절이 꽃이다.  

생태가 살아있는 공간 노루벌 적십자 생태원

봄꽃과 가을꽃의 차이는 무엇일까. 봄꽃은 화사하고 흐드러지게 피는 반면에 가을꽃은 색채감이 묵직하게 피어난다. 봄은 아지랑이 같은 사랑이라면 가을은 깊어가는 마음의 사랑이다. 계절을 꽃과 등치 시키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스피노자는 삶의 주체란 자신의 삶을 유쾌하고 즐겁게 증진시키려는 의지, 즉 코나투스를 가진 주체라고 보았다. 

이곳은 노루벌 적십자 생태원이라는 곳이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새롭게 생태로 꾸며지고 가꾸어지고 있는 곳이다. 마음속으로 자연과 만물이 흘러들어오게 놔두게 되면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탐구할 수 있게 된다. 기쁨, 쾌감, 혹은 유쾌함의 감정이 발생했을 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의지가 증가되었다고 직감할 수 있다고 한다.  

쭉쭉 뻗은 나무의 사이로 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어떤 존재들은 그렇게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잘 자랄 수 있게 된다. 노루벌 적십자 생태원은 입구에서 들어오면 메타쉐콰이어 숲을 지나 봄의 숲, 구절초 테마숲을 포함한 가을의 숲, 여름의 숲, 겨울의 숲으로 이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변화하고 만나볼 수 있는 이름들이 있다. 

구절초가 가을을 불렀는지 가을이 구절초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은 구절초다. 구절초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그저 예쁜 꽃일 뿐 가을의 구절초는 아니다. 아름다운 구절초는 자연으로만 존재하며 깊은 산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새벽이슬로 간신히 연명하면서도 우아한 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담당자와 구절초에 관한 이야기와 반딧불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절초와 즐기는 가족 환경 나들이를 비롯하여 구절초 향기를 느끼며 감상하는 숲 속 음악회, 신나는 노루벌 환경체험, 농촌과 도시가 만나는 로컬푸드 & 나눔 매장도 이곳에서 운영이 된다.  일명 제8회 금강 한마당과 함께하는 2022년 제12회 갑천 누리길 녹색체험여행이 이번 주말에 열린다.  

나무 두 그루 사이로 하트 모양의 벤치가 보인다. 사랑이라는 접착제는 그렇게 적당한 거리를 둔 두 사람 사이를 이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 


이곳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 있는 세 종류의 반딧불이가 모두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빛은 숨을 쉬면서 받아들인 산소와 빛을 내는 물질이 서로 합해져서 생긴 것으로 열은 없다. 대표적인 환경보호종이지만 반딧불이 활동 시기에 방문객들의 무분별한 사진 촬영 불빛과 소음은 개체수를 감소시킬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생명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 

한국에서만 자란다는 미선나무는 괴산이 자생지로 유명하지만 이곳에도 협조를 받아서 심어놓았다고 한다. 천리포수목원의 협조로 다양한 식물과 나무도 심어두었다. 하얀 꽃으로 대표되는 미선나무 외에도 분홍빛을 띤 분홍 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 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 미선도 있다고 한다.

둥그런 열매가 마치 부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한국에서는 미선(美扇 또는 尾扇) 나무로 부르기도 하며 향기 나는 흰 꽃이 피므로 영어로는 'White Forsythia'라고 부르고 있다. 아름다운 것에 더욱 부채질하는 선(扇)이 붙인 이름의 미선나무는 얼마나 아름답다고 생각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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