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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2. 2022

만찬(晩餐)

대전에서 열린 UCLG의 개막식 만찬 

사람은 정기적으로 식사를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영양분도 골고루 섭취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 그걸 잘 지키며 사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반찬이 부실할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귀찮기 때문에 그렇다. 보통 만찬이라고 부르는 격식을 갖춘 식사는 저녁에 보통 많이 먹는다. 가벼우면서도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채울 때 브런치를 먹기도 하지만 가끔씩 먹는 코스의 만찬은 만족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대전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한 덕분에 오래간만에 외국에 간듯한 느낌을 받게 한 것이 UCLG 총회다. 만찬장에는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대전을 찾아왔다. 필자 역시 필리핀에서 온 팀에 껴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오래간만에 영어로 한 대화였다. 역시 언어는 사용해야 는다. 

아무리 간단하게 먹더라도 최소한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채워서 먹어야 되지만 말이 쉽지가 않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면서 왜 먹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을 소흘히할까. 

공연을 보고 있으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만찬장에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투입된 덕분에 거의 지연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본찬 4종, 해산물 겨자채, 밤, 고구마 죽, 유자향의 가자미 구이, 한방갈비찜, 진지와 국, 신선한 계절과일, 오미자차로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 외로 이 죽은 맛이 좋았다. 언제 한번 밤과 고구마를 넣은 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맛도 맛이지만 씹히는 맛이 좋다.  

한방갈비찜은 칼이 필요할 정도로 갈비가 큰 편이었는데 다행히 질기지 않아서 잘 넘어갔다. 

외국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관계로 한국적인 공연이 주를 이루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필리핀을 와본 적이 있냐고 물어봐서 5~6번 가보았다고 말했더니 어디를 갔냐고 묻는다.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필리핀은 코로나19에 여행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마스크만 쓰면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했다. 

가자미 구이는 약간 동남아 느낌이 나는 요리였다. 부드럽고 씹히는 맛도 좋은데 약간 풍미가 동남아 바닷가에서 먹는 그런 느낌의 맛이랄까. 

역시 식사는 적당한 시간을 두고 먹는 것이 가장 좋다. 1인 식사를 하게 되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음식의 맛을 채 느끼기 전에 먹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빨리빨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좀처럼 쉽게 바뀌지가 않는다. 

UCLG에 대한 글을 많이 써서 나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는데 이제 이번주면 그 시간도 마무리가 된다. 무슨일을 하느냐고 물어서 I am a journalist who writes about UCLG.라고 했는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들었다는 것인가. 

아무튼 제철과일과 오미자차를 마지막으로 이날의 만찬을 마무리해본다. 만찬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분명히 이곳에 온 외국인들은 대전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생길 것이다. 매우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회의가 끝나고 나면 이곳에서는 통상 아웃컴 다큐먼트라고 해서 결과 문서를 채택하고 선언을 하는데, 이번 결과 문서의 명칭은 인류 미래를 위한 협약으로 일명 대전선언이라고 부른다. 외국을 나가서 미국이나 영국인들처럼 자신이 온 도시나 주를 이야기하듯이 I'm from korea가 아니라 도시를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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