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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9. 2022

같은 하늘 아래

차 문화의 산실이 되었던 강진 백운동 원림 

같은 하늘 아래에 머물고 싶은 사람이 있고 같은 하늘 아래에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청명하고 맑은 것을 보면서 그 하늘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고요함 속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강진의 월출산을 보고 있으면 참 아름다운 산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남서쪽에 연이은 구정봉 능선을 경계로 북쪽은 영암군, 남쪽은 강진군이 되는 월출산의 최고봉은 천황봉이다. 

월출산의 아래에는 강진의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강진은 차문화를 확산시킨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유배를 해서 그런지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이곳에서 엄청나게 썼다. 물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세상이 바르게 가기를 원했던 정약용은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지인에게도 보냈던 녹차꽃의 모습이다. 이 꽃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녹차는 마셔도 녹차의 꽃이 어떠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까. 가는 가을 오는 겨울을 잠시 멈추어두고 싶을 때 남도의 강진에는 차밭에는 봄이 피어나듯이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서리가 내린 지 오래되었고 해는 빨리 넘어가고 있지만 이때 남도에서는 차꽃이 피어난다. 차 나무에 올해 핀 꽃이 내년에 열매로 여물고 차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난 양이 마치 몽굴몽글한 구름 같아서 운화라고도 부른다.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고유한 향취는 마음을 잠시 설레게 해 준다. 

강진의 백운동 원림은 월출산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많은 문화재와 사적지가 있는데 그곳 중에서 강진 백운동 원림은 최애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선비처럼 느껴보기 위해 걸어봐도 좋고 가볍게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담로(李聃老, 1627∼1701)가 조영한 후 지금껏 보존되어온 전통 원림이 백운동 원림이다.   수려한 옥판 봉의 지세와 아름다움을 빌려온(借景) 정선대의 경관 등 정약용이 제시한 12곳의 경치가 온전히 남아있는 한국 전통원림의 백미가 백운동 원림에 있다.  

정약용, 초의선사, 이시헌 등이 차를 만들고(製茶) 전해주며 즐겨온 기록이 있는 백운동 원림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문화를 교류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내원에 화계를 만들어 지형을 자연스럽게 보전하고 계곡물을 상・하 연지에 끌어오는 등 경관을 조성해두었다.  

백운동 원림 속에 자리한 나무들은 모두 가을을 맞이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어떤 옷이 올해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제각기 준비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무들을 보니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몸소 체감하게 된다.  

무릇 사람이 스스로를 포기해 제 한 몸 공경하지 않는 자는 어렸을 때부터 해가 뜨면 일어나 헛된 말과 행동만 한다고 한다.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차속에 담긴 생명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에 맞기 위해 만든 것들과 달리 차의 지극함은 모든 것을 맑게 해 준다.  

항상 이곳에 올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바위는 어디에 썼는지 궁금하다. 혹시 떨어지는 낙수에 바위가 뚫리는지 보려고 놓아두었던 것인가. 노력이라는 것은 그렇기는 하다. 처음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가 나중에는 그 흔적이 깊숙하게 남는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백운동은 해남부터 시작하는 삼남길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음에 볕 들기를 바란다면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 백운동 원림은 최근 종료한 드라마 ‘환혼’의 촬영지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는 곳으로 강진군민이 직접 출연하는 옴니버스 시극 공연 ‘모란이 피기까지는’ 공연을 열었던 곳이라고 한다. 환혼은 보지 않아서 드라마에 대한 평은 패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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