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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22

길게 늘인 것들

한옥의 분위기 속에 시간을 보내보는 느루 갤러리 

하나의 빛이 프리즘을 통해서 길게 늘어트리면 보이지 않았던 색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가끔씩 보는 빨강에서 보라까지의 연속된 색의 띠로 나누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걸 스펙트럼이라고 말한다. 하루가 지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경험과 마음을 다양한 빛깔로 비추어질 수가 있다면 길게 늘인 것들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가 있다.  

강진에도 구석구석에 분위기가 좋은 카페들이 있는데 그중에 느루 갤러리는 한옥과 정원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카페다. ‘느루’ 갤러리의 느루는 순수한 우리말로 ‘대번에 몰아치지 않고 길게 늘여서’란 뜻을 갖는 부사라고 한다. 

강진의 느루 갤러리는 강진읍 명문가 ‘우봉정사’ 한옥집 한켠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로 이 집안 손주 며느리인 서양화가 양수균 관장이 방치되다시피 한 한옥을 3~4년 전부터 수리해 갤러리와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정원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빛이 만들어낸 색들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눈에는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대상조차 태양에서 어떤 색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프리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색은 분명해 보이기도 하지만 색과의 경계는 흐릿하며 부드러운 느낌이다. 모든 것이 단절되듯이 그렇게 색깔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기에 모락모락 피어난다는 말이 맞을까. 적어도 온기가 도는 커피잔에서 피어나는 온기는 그렇게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느루 갤러리는 작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느루 갤러리의 기획전시로 느루 틈새전으로 김정하, 김태희, 박가나, 이미경의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색이 느려지는 것 같은 공간에 기획 전시전이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빛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작품의 색들이 보인다. 프리즘을 통과해서 만들어진 색들은 이렇게 작품으로도 만들어진다.  

어떤 계절이 가장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 이곳의 한옥들은 예전의 명문가의 집이라고 하지만 소박하고 고즈넉하다. 중부지방은 상당히 춥지만 전남의 강진답게 부는 바람을 빼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필자의 집인 것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색들의 꽃도 본다. 프리즘이란 모든 것의 연결 가능성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본 것과 내부에서 본 것의 차이가 있다. 차를 주문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마침 창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통창도 좋지만 이렇게 구분된 창도 괜찮아 보인다. 

이날 주문한 대추차도 이렇게 차갑게 만들어지니 색다르다. 하나의 여행과 7 가지의 시선이 있었던 날이다. 길게 늘어선 것들 보며 하나의 빛이 프리즘을 거치면서 삶이 여러 모습으로 보이는 것처럼 가설을 세울 수는 있어도 정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마음속의 가을의 프리즘으로 보이는 것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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