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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2

가을의 도리 (桃李)

가을의 실루엣이 내려앉은 신라최초사찰 구미 도리사

주역에 따르면 영혼의 기운이 많은 사람은 성취하는 것도 많으며 그 운마저 좋게 한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생기며 아주 사소한 일에도 그 작용을 나타낸다고 한다. 지극한 마음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힘든 것이나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임계점에서 변화가 보일 때가 있다. 인생이란 식물처럼 그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사람은 샘이 깊은 물이 되어야 한다. 편하고 좋아하는 일만 많이 하는 사람은 점점 양의 기운이 약해져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곳은 신라시대 최초의 불교가 전해졌다는 공간으로 멀지 않은 곳에 도리사가 있다. 도리사에서 도리는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를 의미한다. 

아도(阿道)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서라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겨울인데도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만발하여 있음을 보고 그곳에 절을 짓고 도리사라 하였다고 한다. 아도라는 사람은 영혼의 힘이 강했던 사람인 듯하다. 그렇기에 때에 맞지 않는 꽃이 핀 것이 아닐까.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直指寺)의 말사인 도리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태조선원(太祖禪院)·삼성각(三聖閣)·조사 전·요사채 등이 있다. 아도화상 사적비는 총 높이 296㎝, 비신 높이 197㎝로 그 뒷면에 자운비(慈雲碑)가 음각되어 있으며, 사적비는 1639년(인조 17)에, 자운비는 1655년(효종 6)에 새긴 것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계단을 올라다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리사는 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경사를 이용해서 건물을 배치해둔 것이 특징이다. 솟아오른 가을 해의 사이사이에 물들어가는 나무와 그 아래에 피어 있는 꽃들과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길을 막는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나 자신이 나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 결국 나이니 원수가 아니겠는가. 과거는 음이고 미래는 양이다. 과거에 천착하다 보면 음의 기운에 휩싸이게 되고 미래에만 너무 가있으려고 하면 몸이 붕붕 뜬다. 도박이나 복권에 기대를 가지는 것은 미래에 너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가 좋아질 리가 없다. 

도리사의 경내와 건물들, 바위, 나무, 식물 등을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이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 가까이 보면 입자 같기도 하고 멀리 보면 파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라시대에 최초의 사찰이었다고 알려진 처음의 절터는 태조산 기슭에 있는 옛 절터로 보고 있으며, 지금의 절이 있는 곳은 금당암(金堂庵)이 있었던 곳이다.

도리사라는 공간에 있는 이 시간은 분명히 인지를 하고 있다. 아도화상을 보고 있으면 그가 추구했던 세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시간이 계속 앞으로 가는 것은 양의 성질 때문이다. 그 성질에 의해 변해가는 것은 공간이다. 어떤 공간의 시간이고 어떤 시간의 공간으로 말할 수 있다. 앞에 보이는 것들은 시공의 일부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알려주듯이 도리사의 나무들도 단풍을 보여주듯이 현재는 계속 변하게 되어 있다. 양이란 변화의 원인으로 사물을 이끌고 간다. 양이란 도달점이 없으며 오로지 출발점만 있다고 한다. 주역과 천체물리학은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양의 변화를 보면 마치 양자 역할을 보는 것만 같다. 어디로 도착할지를 알 수가 없다.  

단풍나무의 색채가 다양해지는 가을에 길을 따라 들면 활주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구미사의 극락전(極樂殿)을 볼 수 있다. 도리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에는 구미 도리사에서는 향 문화 대제전이 열리기도 했다. 향 문화 대제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향 전래지인 도리사에서 신라불교 전래 1600년을 기념하여 지난 2017년 제1회 향 문화 대제전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이했다. 세상은 정반합이 끊임없이 깨졌다가 합쳐졌다가를 반복하는 연속의 흐름이다.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끌어안으며 충기로 화합한다." -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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