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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6. 2022

마음이 한결같길...

당진의 레트로 여행으로 좋은 상록수의 필경사

마음이 한결같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가.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상록수처럼 사시사철 마음의 한결같게 걷고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큼 사람의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이때에도 한겨울에 흰 눈이 폭폭 하게 쌓여서 땅에 떨어진 낙엽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시퍼렇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록수는 소설 속 동혁이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던 것이기도 하다. 

당진의 필경사라는 곳은 상록수를 쓴 심훈의 살던 집이 자리한 곳이다. 채영신이 박동혁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농촌계몽의 큰 계획을 세운 곳으로 설정했던 당진이라는 지역은 전형적인 농촌마을도 품고 있다. 노력의 대가보다 보이기에 좋은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당진 필경사는 두 사람의 사람 이야기와 함께 상록수와 같은 삶을 살고자 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심훈의 상록수에 등장하는 채영신과 박동혁이 그런 사람이었으며 기득권을 대표하는 강기천은 그 반대편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 그려진다.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갔던 두 사람의 모습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다. 상혁은 함께 농민운동을 하며 사랑하던 연인 영신이 죽었지만, 홀로 그 사랑을 가슴에 품고 끝까지 푸른 의지를 지켜나간다. 그래서 평생의 뜻을 품고 변치 않는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을 빗대어 상록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과거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거를 다시 현재로 불러내어서 그걸 향유하기도 한다.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지나간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레트로라고 부른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살지 않았지만 과거에 살았던 것처럼 느낌을 받아볼 수 있다. 사람의 상상력은 생각 외로 다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실은 어차피 빈부의 격차는 고착화되고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와 같은 세상은 오히려 현실에서 만족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가치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필경사는 몇 채의 민가와 함께 자리 잡고 있는 이 집은 대문이나 부속채 없이 ‘ㅡ자형 단독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하고 1934년에 낙향하여 직접 설계하고 지은 곳으로, ‘필경사(筆耕舍)’라는 당호를 붙였다. 필경사의 평면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초가집이어서 외관으로 보면 전통적인 초가집 모양을 하고 있으나 내부 평면은 1930년대 도시주택의 기능에 맞추어 생활에 편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밖에서 안으로 통하는 문을 각 방면에 두고 있는데 현관을 비롯하여 부엌, 안방, 그리고 사랑방에 각각 문을 두었다. 마루방 뒤편 한쪽은 안방이고 다른 한쪽은 현관 뒤쪽 한 칸과 합쳐 부엌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사람은 다른 경험을 하였지만 그 경험을 통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길 원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귀를 다시 적기도 한다. 그런 것을 필경이라고도 하는데 필경사(筆耕士, 영어: Scribe 스크라이브)란 문서나 책 등에 글씨를 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을 가리킨다. 당신의 삶이 고귀하고 아름다워서 필경하듯이 따라갈 수 있다면 그것이 한결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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