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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8. 2022

가을의 마지막 잎새

서산 중앙호수공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 

오헨리처럼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도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가 있듯이 적은 행동이나 파동은 생각 외의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선의를 통해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며 희망을 만들 수 있을까. 서산의 중앙호수공원에 가니 작은 바람에도 낙엽이 떨어지며 11월의 시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호수공원을 걷는 사람들과 뛰는 사람들 사이로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떨어지는 낙엽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것은 플라세보 효과와 비슷하다. 내일은 아주 조금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바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마음이 동시에 공존한다. 서산의 호수공원에는 가을이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어 있었다. 

대낮의 해가 저 너머로 넘어가기 전에 낙엽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흰 빛처럼 사람들의 위를 비추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갇혔던 유대인들을 연구한 결과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모두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고 한다.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낙관론자가 그 고난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정신과 전문의로 일을 했던 빅터 프랑클은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수감소에 수감되었는데 어떤 유대인을 관찰해보니 1944년 3월 30일에는 전쟁이 끝날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F는 29일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31일 사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산 호수공원의 곳곳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작품들은 각자의 가치를 증명하듯이 보여주며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도 가끔씩 보인다. 로고 세러피 이론은 생명과 정신적 힘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것이라고 한다.  

탁 트인 곳에서 태양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이 부여가 된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각기 삶에서 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곳을 계속 돌고 있다. 

이날 중앙호수공원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평온하게 아무런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랄까. 

못 보던 벤치가 보이는데 원색의 프레임도 독특하지만 뒤에 접혀 있는 것을 펼치면 그늘을 만들어서 해가 쨍하게 비칠 때 잠시 피할 수도 있다. 

문득 앉아서 나무들을 보면 잎들을 세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갇힌 시선에서 바라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때가 있다. 소설에서 폐렴을 앓고 있던 소녀 존시가 침대에 누어 창박에 담쟁이덩굴에 있는 잎들을 유심히 세는 것처럼 말이다.  

시선이 하나에 국한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넓혀서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조금 더 걸어서 안쪽으로 오니 은빛 코뿔소가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본다면 코뿔소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한 모습이다. 그러나 위험하니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나무들은 이제 낙엽을 모두 떨구고 얼마 남지 않은 나뭇잎만을 잡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때론 변덕스럽고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마음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음을 부여잡기 힘들기 어렵다면 가을의 마지막 잎새가 영원히 남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괜찮은 어느 날 서산 호수공원처럼 어디든 쉬어갈 곳이 있을 것이다. 물 위에 비친 기억의 잔상을 더 선명하게 그려보듯이 그림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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