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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1. 2022

생(生)의 길

따오기가 인사하는 아름다운 창녕의 우포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보면 그 모습에서 독특한 행태를 관찰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그런 살아 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저수지와 생태습지를 돌아보았지만 가장 좋은 길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도시에서 만들어진 공원들은 생명체들에게 적합한 길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에게 휴식을 주고 안식을 주기 위한 계획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 외에는 다른 동물들은 거의 없다. 

늪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영화 등에서 어떤 존재들을 빨아들이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 생태습지라고 하면 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처럼 생각되지만 우포늪이라고 하면 빠지면 다시 못 나올 것만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포늪은 생태가 살아 있는 곳이어서 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가는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늪이란 원래 호수처럼 물이 많던 곳에서 물이 점차 줄어들면서 웅덩이로, 질퍽한 땅으로, 그리고 메마른 땅으로 진행되는 과정의 중간에 있는 형태이다. 우포늪 역시 수백 년이 지나면 지금처럼 보이지는 않을 수 있다. 

소벌못ㆍ이지포(梨旨浦)라고도 하는 우포늪의 .면적은 2.505㎢에 달하며, 가로 약 2.5㎞, 세로 약 1.6㎞이다. 못 들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고 저수지 전체에 수초가 많이 자라고 있어 철새와 고기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것이 특징이다. 우포늪에는 철새뿐만이 아니라 물속에서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 주변으로 주요 식물군집은 세모고랭이, 애기 부들, 올챙이고랭이 등이며, 동반 출현종으로 줄, 갈대, 익모초 등이 관찰되는 곳이다.  

힐링을 선물하는 생명의 터를 지향하는 우포늪의 생태관에 오면 우포늪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의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우포늪은 토평천과 3개의 지류가 모인 곳으로 토평천 중류에 위치한 하천습지가 바로 우포늪이다. 우포늪에는 1,100년 전의 씨앗이 싹을 틔운 곳이기도 하다. 우포늪 퇴적층에서 채취한 1,100년 전 씨앗의 싹을 틔웠다고 한다. 식물 씨앗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잠들었다가 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울 수도 있다. 초기의 뱀파이어가 씨앗을 닮은 것일까.  

우포늪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다. 갈대 중기를 빙글빙글 기어 올라 만들어진 개개비 둥지는 지지대 줄기를 중심으로 잎을 감아 돌린 후 고기를 만들고 그 사이에 갈대를 빼서 매듭을 지으며 부리로 갈대를 엮어간다고 한다. 접착제인 거미줄을 듬뿍 붙여 매듭과 매듭 사이, 갈대와 둥지 사이를 단단하게 고정해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한다.  

사실 많은 과학자나 건축가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건축가들은 자연 속의 구조물을 통해서 미래의 구조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우포늪에 살고 있는 물고기 중 드렁허리가 있다. 드렁허리는 주로 진흙이 많은 논이나 호수 등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라고 한다. 자라면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늪이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늪은 지구상의 수많은 습지 가운데 하나의 형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5분의 1이 습지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생물과 주변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 순화시켜 작은 생명체 하나까지도 영원히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므로 '자연의 콩팥'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곳 우포늪 생태관에는 우포늪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사실 우포늪으로 가면 늪으로 접근하는 통로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멀리서 철새를 보는 것 외에 생명체들을 가까이서 보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11월 19일에는 우포늪 생태관 야외무대 및 우포늪 일원에서 제13회 우포늪 생명길 걷기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는 우포늪 생태관 야외무대에서 출발해 우포늪 생명길 8.4㎞(2시간 30분 소요)를 걷는 완주코스와 사지포 제방에서 돌아오는 2.7㎞(1시간 30분 소요) 하프코스로 체험해볼 수 있다. 우포늪 생명길 걷기 대회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최되지 않아 올해 3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이제 우포늪을 다시 걸어볼 시간이다.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조용하게 걷기에 좋은 시간이다. 여러 방향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도 좋다. 쪽지벌, 산밖벌,,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등이 주요 습지이며 그 습지를 중심으로 사초군락지, 전망대, 우포늪생태체험장, 대대제방, 우포출렁다리등이 잇고 주변으로 잠어실마을, 옥천마을, 노동마을, 장재마을, 소목마을, 세진마을, 대대마을, 사지마을, 주매마을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포늪 생태체험장에서는 18일부터 19일까지 환경부 주최 제6회 생태관광 페스티벌이 개최돼 전국 29개 생태관광지역에 대한 생태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지만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물인지 묻힌 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수풀과 물풀들이 있고 수많은 생명을 끌어안고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공간을 조용히 필자가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놓고 걸어본다.  

자연사 박물관은 바로 창녕의 우포늪과 같은 곳이 아닐까. 낙동강이 끊임없이 범람하면서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배후습지는 수많은 생물들이 끊임없이 생태 교류를 하고 있다. 무려 1억 4천만 년 전 공룡들이 살고 있을 때부터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저곳을 걸어가면서 풍경이 변화하는 것을 바라본다.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도 드는 조용한 시간이다.  우포늪 도보 탐방로는 우포늪 생태관에서 숲탐방로1길을 따라 제1전망대까지 다녀오는 1km 코스(30분 소요)부터 우포늪을 온전히 한 바퀴 도는 9.7km 코스(3시간 30분 소요)까지 5개로 구성되어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우포늪만한 곳도 드물다. 이곳에 오면 교통비 외에 별다른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다. 마냥 걸어도 좋고 어디를 가더라도 돈을 받는 곳이 없다. 그냥 시간을 하루 종일 보내도 아무도 머라 하는 사람이 없다.  

급해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게 하고 습지와 그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볼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곳에서 지갑은 가벼웠지만 창녕 우포늪으로의 여행은 알차게 채워보았다. 경관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을 체험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는 여행이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든 존재에게는 살아가는 각자의 길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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