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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1. 2022

겨울의 맛

안골포 굴강(掘江)이라고 쓰고 석화(石花)라고 읽는다.  

말 잘하면 떡 하나 얻어먹는다고 했던가. 말을 잘했더니 진해가 자리한 남해의 굴을 넉넉하게 한 봉지를 받았더니 기분이 좋다. 원래는 겨울에 맛이 좋은 굴을 만나보기 위해 갔던 여정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에 중요한 요충지이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덕분에 왜군을 격파한 안골포해전에 대한 공간을 만나보기 위해 찾아갔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서야 겨울의 맛이라는 굴이 막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굴을 먹어야 되는 철이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근대도시로 자리 잡은 진해의 앞바다는 여러 번 가보았지만 다른 지역의 진해 바다를 가본 것은 처음이다. 안골포 굴강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 517-9번지 일원이다. 안골포 굴강(掘江)은 조선시대 군선이 정박하던 곳으로 선박 수리 및 보수, 군수물자 수송, 선박 계류와 정박을 목적으로 축조한 방파제와 선착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군사시설물이었다.  

직접 이곳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굴강의 입구는 동편에 안골포 내만을 바라보고 위치하여 바깥에서 오는 파도를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세조 임금 때인 1462년에 제포 수군만호진만으로는 이 지역을 왜구로부터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안골포 수군만호진을 설치할 때 축조했던 곳이다. 

지금은 진해가 창원 특례시 진해구라는 행정구역이지만 진해시였을 때 세워졌던 안골포의 지명이 남아 있다.  이곳은 1592년 7월 10일 이순신 장군과 경상 우수사 원균, 전라 우수사 이억기가 이끄는 조선 함대가 구키 요시타카와 가토 요시아키가 이끄는 일본 제2수군 함대(대선 21척, 중선 15척, 소선 6척 등 42척)를 격파한 안골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작은 항구에 불과하지만 조선 수군은 이곳 굴강에서 거북선 등의 전함을 정박하고 수리했는데 안골포 굴강은 1994년 7월 4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143호로 지정되었다.

안골포 굴강이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굴과 해산물의 먹거리를 먹어볼 수 있는 촌이 형성이 되어 있다. 계절이 바뀌면 항상 변하는 먹거리를 찾아서 먹었는데 요즘 바빴던 것일까. 굴이 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 등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전국으로 팔려나가기도 하지만 현지로 찾아와서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겨울에 나오는 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이곳을 운영하시는 여자 사장님이 안으로 들어와서 보라고 해서 들어가 본다.  

남해의 굴은 역시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먹을 것이 많은 남해 굴은 입에서 살살 녹는듯한 느낌이 좋다. 바다의 우유라는 굴에는 글리코겐이 함유되어 있으며 피로를 자주 느끼고 활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게 굴은 그 자체로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 생김새는 일정하지 않고 껍데기는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럽다.” - 자산어보 

이렇게 많은 굴을 보고 있으면 언제 다 까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굴을 넣은 칼국수부터 굴튀김, 초밥에도 굴을 올려서 먹을 수 있고 굴을 넣은 돌솥밥, 굴국밥, 굴짬뽕 등 굴의 매력은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다. 


안골포 해전(安骨浦海戰)은 1592년 8월 16일(음력 7월 10일) 조선 수군이 경남 진해에 있는 안골포에서 일본군을 격멸한 해전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는 안골포굴강의 의미도 좋지만 굴이라고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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