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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2. 2022

야경 로맨스    

벚꽃이 흩날리던 진해 밤거리의 낭만

다른 장소, 다른 느낌, 다른 사람 등에서 우리는 색다름을 느끼게 된다. 모든 장소에 사람은 동시에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일상과 항상 다른 삶을 꿈꾼다. 최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지만 사람이 꿈꾸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 꿈꾸는 세상을 보여주는 한 장르가 로맨스이기도 하다. 12세기부터 사랑을 받아돈 로맨스의 기본 주제는 기사들의 모험이었다. 모두가 영웅담을 만들어가는 기사처럼 살 수는 없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수는 없지만 로맨스는 그걸 대리 만족하게 해 준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에는 조명이 자신의 모습을 주목받게 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해가 저 너머로 넘어가고 나면 조명은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해의 벚꽃거리이면서 여좌천이 흐르는 이곳은 연인들의 로맨스가 어울리는 거리이기도 하다.  

여러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을 했는데 곳곳에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촬영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두었다. 원래 로맨스의 기본 주제는 기사들의 모험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기사들의 모습은 사랑을 나누는 것과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도 낯선 환경에 내던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해 여좌천은 벚꽃 대신에  밤에도 보일 정도로 빛깔이 진해진 단풍이 매달려 이었다. 내려오는 물은 많지 않았지만 물이 흐르는 곳에 로맨스가 흐르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다.  고대 프랑스어인 '로망즈'(romanz)의 원래 의미이듯이 그 고장의 일상어(속어)로 쓰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맨스의 표현은 상당히 상세하며 연애는 대부분 행복한 결과인 해피엔딩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로맨스가 그런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진해에 사시는 분들은 이 야경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에게는 남다른 로맨스와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들어준다. 화사했던 팝콘 같은 모습의 벚꽃이 있었던 그 모습을 기억하며 이곳에 서본다. 

완벽해 보이던 로맨스 속 기사는 중세시대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이상적인 사랑을 나누는 낭만적인 대중소설 속의 연인의 모습은 그 모습이 다르게 변형된 것이기도 하다. 

글은 시대를 따라 그 표현방법이 달라져왔다. 어떤 시대에는 섬세하고 아름답지만 너무나 많은 표현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잡기도 했다. 여좌천이 흐르는 길의 아래로 걸어서 내려가 본다.  

11월에 공연이 열리게 되는 포스터가 보인다. 첼로는 현이 4개로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기악 합주에서 그 비중을 높이며 사랑을 받았던 악기이기도 하다. 첼로야 말로 로맨스에 어울리는 악기가 아닐까. 로망에 빠진 누군가가 마음속에 모아놓은 눈물을 얼러만 지는 듯한 우수 어린 멜로디 속에 슬픈 선율은 첼로로 연주한다. 

진해의 곳곳에서는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리모베이션하며 새로운 야경 거리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 건축물 2층에 사용된 목재에는 일본 고치현에서 생산된 삼나무라는 생산자 포기가 남아 있다. 근대도시 초기의 목골조 적조 건축의 전형적인 만듦새를 이해할 수 있다. 보태가라는 이 건축물의 새 이름은 시민공모를 통해 결정되었다고 한다. 100년 동안 이 자리에 있었던 보민 의원과 김구 선생님이 머물렀던 태화 여관의 앞 글자를 결합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영역의 다양성에 비해 기록하고 살려내려는 움직임이 드물어 사라지고 있는 점, 선, 면 단위의 근대건축은 지속성이 있는 기록과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발걸음이기도 하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달이 떠오르지만 우리는 항상 모험하듯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모험을 했던 것처럼 트로이의 왕자인 트로일로스와 그의 애인인 크레시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시대처럼 우리는 매일매일 색다른 로망스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로망스가 없다면 세상의 색채는 무채색일 것이다. 우리는 총천연색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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