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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4. 2022

더불어 삶

청양의 한 마을에서 살펴본 삶의 단편

세상에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알려지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어울러서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 셀 수 없이 많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수맥이 흐르면 건강에 좋지 않듯이 마른 흙 위에서 살아간다. 그런 마른 흙이 있는 곳에 모일 것이며 이는 모을에서 마을로 변해가는 것이 마을의 어원이다. 영어의 어원에 대해서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우리말의 어원도 다양하다. 여러 집이 한데 모여사는 곳에는 불이 있고 우물과 같은 물이 있다. 

캠핑을 하든 펜션 같은 곳에서 숙박을 하든지 간에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불멍이다. 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어먹고 서로가 소통하는 자리에 불을 피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불이 있으면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우선 잘 익혀서 먹을 수 있기에 불멍은 아마 최고의 인기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겨울에는 무언가 익혀서 먹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에도 좋지만 흰 눈이 내린 겨울에 불멍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서정적인 느낌은 모닥불에서 묻어나는 연기 내음처럼 안으로 스며들게 한다.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구우면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다른 식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불에 구머먹으면 더없이 좋을 올해 수확된 밤과 고구마는 또 어떠한가. 그러다 보니 마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된다. 

청양은 작은 도시다. 그렇지만 청양도 기존의 도시가 가지고 있었던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크지는 않지만 블록단위로 10~20년의 흥망성쇠를 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백제시대 때부터 전략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청양은 웅진시대나 사비시대의 배후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청양에는 많지는 않지만 복원되어있는 근대건축물들이 있다. 청양에도 중앙로가 있다. 일명 청춘거리라고 불리는 곳인데 서울 충무로, 부산 동광동, 광주 충장로, 대전 중앙로 등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혼마치(本町)라고 불리던 거리다. 일본인들은 한반도의 곳곳에 살면서 자신들의 중심가를 만들었다. 

예스러운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전형적인 도시의 구조는 중심이 되는 관청이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로 내려오면 좌측에 향교 같은 건물이 있고 서쪽에 사직단을 만들어두었다. 사직단이 설치된 것은 삼국시대부터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사직단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하여 강점됨에 따라 그 기능을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사람들에게 감성과 청양의 옛 흔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복원을 하고 있다. 청양은 전형적인 마을의 치소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곳인데 위쪽에 관청이 있고 그 주변은 장마가 들어도 쉽게 침수되지 않아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아래쪽으로 가면 지천이 있는데 그곳의 물이 합쳐져서 어우러지는 곳은 배가 들어와서 장이 섰다. 

복개는 했지만 이곳 아래로 지금도 물이 흘러가고 있다. 물이 들어오는 곳이어서 젖어 있는 곳에는 시장이 섰으며 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거리로 저잣거리라고 부르는데 젖어 있는 곳이라는 의미도 내포가 되어 있다. 지금도 강가에 면해 있는 장터나 바다와 가까운 장터는 다양한 물건들이 오고 갈 수 있었다. 

일부 구간에 복원이 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도 하고 빨래와 목욕을 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지역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삶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청양읍 읍내리 157-5 광시한우식당 담 옆에 4척 크기의 잔연 석에 관리상태가 양호한 비 1940년도에 세운 皇國臣民ノ誓詞가 지금도 남아 있다.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 단련 황국신민화 등을 강요하면서 일본 제국주의가 암송을 강요한 글이 바로 여기 황국신민의 서사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청양에서 살아가는 과거와 현재를 잠시 살펴보았다. 삶의 단편은 어떤 모습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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