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도성리 저 섬에는 흔들리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준비된 마음에 풍경의 문장을 써 내려가며 일상의 호흡을 다듬는 시간은 필요하다. 바닷물이 채워졌던 공간이 비워졌을 때의 모습은 황량한 것이 아니라 채우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서산에는 여러 섬이 있는데 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섬 중 저 섬이 있다. 이섬도 아니고 저섬이다. 이섬 하면 누군가와 함께 왔을 때 말하기도 하지만 저섬 하면 약간은 멀리 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 처음 가본 서산의 저섬이라는 공간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물론 하늘색, 가을색, 풍경 색이 함께 어우러져서 이날의 기억을 남긴 것이겠지만 이런 풍경을 볼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단단한 몸가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 섬까지는 거리가 조금 되지만 걸어서 건너가 볼 만하다. 섬의 크기는 크지 않아서 1개의 휴화산과 장미가 있을 것만 같은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와 같아 보인다. 저 섬이 필자의 섬이라면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겠지만 그냥 방문해보는 것으로 만족해본다.
하늘과 바다가 때론 같은 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에 놓인 흙 한 줌이나 돌들은 지질 시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혹은 누군가가 이곳을 계속 오갔던 때가 있지 않았을까.
썰물이 되어 바닷물은 빠져나가버리고 바위와 흙, 나무들과 같이 평범한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상에 취하지 말고 일상에 몰두하라고 했던가. 짧은 시간이지만 이 섬에 누가 살고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저섬으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바닷물이 담겨 있는 곳에는 태양이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물 위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윤슬은 마치 인간의 마음과 닮아 있다. 늘 파동이 일듯이 움직이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저 섬이었지만 와서 보니 이섬이 되었다. 이제는 저너머가 서산이라는 육지고 이 섬이 되었다. 저섬이었다가 이섬이 되는 것이 사람의 관점이다. 어떤 것은 알기 위해서 직접 가봐야 하던가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섬에는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있다. 서산 저 섬은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의 부속섬이다.
섬의 주변에는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뒹굴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른 봄에 연두색 어린 이파리로 태어나 초록색 여름을 보내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나뭇잎들이 수명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소행성과 같은 이곳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며 흔들리는 것과 변하지 않은 것과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한 걸음 물러선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감정을 잠깐 분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이섬을 떠나서 멀리서 저섬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