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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4. 2022

인사이드 르윈

예술을 쫒는 사람들의 고단한 날의 겨울 수채화

겨울은 수채화보다 수묵화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수묵화의 단아함과 무채색의 색감이 어울리지만 그 속에서도 화사한 수채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척박한 가운데 꽃을 피워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지만 항상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하는 숙명에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내면을 보았던 것 일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음악도 좋고 예술가의 길거리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창작자의 방황을 그려내고 있다. 음악을 틀어놓으면 계속 돌아가면서 풀려나가는 LP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돌고 도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사이드 르윈’은 1960년 포크송 가수였던 데이브 반 롱크의 자서전 ‘맥두걸 거리의 시장(The Mayor of Macdougal Street)’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영상미는 고단한 날의 겨울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 현실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쌉싸름한 풀잎을 씹어보는 것처럼 씁쓸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예술인이 그렇듯이 양극화되어 있고 그건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기타 하나와 고양이 한 마리 만을 가지고 상경한다.  잠잘 장소도 없고 하루하루 다른 사람의 집을 전전하면서 살아가는 르윈 데이비스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 사투를 벌여가면서 살아간다.  소박하면서 어떤 남성이든지 좋아할 것 같은 진이라는 여자는 지난해 위대한 개츠비에서 어떻게 보면 재수 없던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이다. 이렇게 연기 변신이 가능하다니 참 매력적인 배우로 보인다. 한겨울에 어울리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한 남자의 여정을 꾸준히 따라가면서 그와 함께하는 포크송을 들려준다.   

함께 즐기기도 하고 함께 노래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가난한 음악가에 불과하다. 우리는 항상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내일이 되어도 어제와 다를 바가 없는 오늘을 보면서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이 반드시 오늘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오로지 경험뿐인가? 모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바라지만 극소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온갖 책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하지만 그 성공의 길은 극히 좁다. 아직까지 그 길을 넓혀놓을 신의 의지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도 부여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 살아가지 말라고 말한다.  

1961년 뉴욕의 작은 카페에서 기타를 메고 포크송을 부르는 남자 르윈 데이비스는 마이크라는 동료와 듀엣으로 앨범도 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같이 앨범을 냈던 마이크는 자살을 택하고 변변한 저작권료 수입이 없는 그는 그나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짐과 진도 있지만 진은 르윈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세운다. 이 영화는 흔히 알다시피 무명 뮤지션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별 볼 일 없이 살아온 수많은 뮤지션이 계속 가난하게 살아가는 흔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남자의 일상이 뮤지션이라는 것과 풍부한 감성을 전달해준다는 것 정도로 만족해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가 너무 예술가적 기질이 넘쳐나서 그런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닌 듯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르윈의 발걸음을 보면서 때론 가혹한 상황도 접하고 실소가 나오는 장면들도 적지 않다. 르윈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그를 대하는 사람들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더 팍팍하게 살아가는 상황이 더욱더 안타깝게 만든다. 그런 현실을 맞닫트리는 르윈의 모습에서는 희로애락의 변화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이 영화에 등장한 대부분의 배우들 역시 상당한 노래실력을 통해 다수의 포크송들을 자기화해서 부른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6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올라탄 것 같다. 포크송이라는 것이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는 세상의 푸대접은 르윈의 현처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성공하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않은 경계선 삶 속에서 르윈의 6박 7일의 삶은 누구도 지켜보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아침에 삶이 바뀌지 않아도 삶은 역시 흘러간다. 영화의 분위기는 차갑지만 노래는 따뜻한 영화 인사이드 르윈속에 등장하는 Five Hundread Miles를 들으며 12월을 열기를 바라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LzauF0VkE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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