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18. 2022

아바타 : 물의 길

물이 흐르듯이 나는 당신을 봅니다. 

한 치 앞도 모르고 한 사람의 마음을 보는 것도 요원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해진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물이 시작되어 흐르듯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물에서 태어났으며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물과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의 길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아바타의 속편이 정말 오래간만에 개봉을 했다. 2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3시간을 넘는 상영시간 덕분에 몸이 움찔움찔했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이번 속편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듯이 아바타는 그런 모습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전혀 다른 종족이며 다른 행성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결합되어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남녀의 관계가 그런 것이 아닐까.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랑이라는 강력한 결속 고리로 이어지는 관계를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 때문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장면이 많이 익숙했다. 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종족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의 여정이 이번 영화의 큰 뼈대다. 바다에서의 삶을 배우며 저마다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가족, 나아가 부족 간의 융합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발자국과 비슷해 보인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야만적이었고 다른 존재를 이해할 생각 따윈 없었으며 그렇게 짓밟으면서 그들의 부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어떤 면에서 보면 야만적이고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될 정도로 개선이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가 있다. 그렇기에 올바른 제도가 필요하고 인간의 선한 면을 끌어내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야 한다. 아바타 속에 등장하는 인간은 탐욕스럽고 몹시 불쾌할 정도로 죽여도 쾌감이 들 정도였다. 

수백 년간 바다에서 살며 수중 생활에 맞게 진화해온 새로운 부족과 ‘멧케이나’족과 영적인 관계를 맺는 바다 생명체 ‘툴쿤’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상당히 생생하게 만들어진 3D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안경을 쓰고 계속 보는 것은 생각보다 눈에 피로가 많은 편이다. 잘 참아내야 한다. 그래야 후반부의 다이내믹함과 이 영화의 백미를 만나볼 수 있다.  

물은 흘러서 바다에 도착하고 바다로 도착한 물은 다시 우리 속으로 스며든다. 물의 길은 생명체의 길이며 사람의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모든 존재는 에너지를 가지며 그 에너지는 다시 세상으로 돌려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탐욕스러워지고 남을 해치기도 한다.  사랑하는 마음도 좋지만 때론 강한 힘만이 가족을 지킬 수가 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평온하게만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듯이 나는 당신을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이드 르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