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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2. 2022

100만 파운드 지폐

주머니에 1달러밖에 없었던 남자.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항상 묵직한 몸은 예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1주일에 한 번쯤만 가벼워졌으면 어떨까란 기대를 한다. 주머니에 돈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 읽었던 마크 트웨인의 소설 백만 파운드의 지폐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마크 트웨인은 작가로서는 성공하였으나 그의 딸과 아내는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다. 혜성과 함께 떠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말대로 1910년 4월 21일, 핼리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다음 날, 마크 트웨인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초등학교 때 백만 파운드의 지폐는 꿈 그 자체였다. 지금이야 영국은 엄청난 빈부격차를 겪고 파운드화가 거의 헐값처럼 생각되지만 20세기 때에 파운드는 가장 비싼 돈이었다. 물론 달러도 비쌌지만 파운드와는 비교하면 저렴한 돈이었다. 돈은 신뢰이며 그 무게를 보여준다. 즉 금처럼 무겁게 느껴질수록 그 나라의 화폐는 가치가 있어진다. 


최근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처럼 되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돈은 신뢰에 따라 흘러간다. 자신을 잘 보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간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가난해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는가. 백만 파운드 지폐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  무일푼으로 런던에 도착한 꾀죄죄한 모습의 주인공에게 형제로 보이는 두 신사가 접근하면서 시작한다. 지금은 수표를 이용해 일반 상점에서 돈을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살던 시절에 백만 파운드란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이었다. 두 신사는 거지와 같은 주인공에게 백만 파운드를 한 달 빌려주면 과연 살 수가 있을까란 내기를 하게 된다. 백만 파운드 지폐는 영국 은행에서 특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쓰지도 못할 돈이 어떤 신뢰를 줄 수 있었을까. 소설 속의 이야기였지만 그 돈으로 인해 백만장자라는 소문이 퍼져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다.


돈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손에 잡히지 않은 어떤 가치에 열광할 때가 있다.  언론이 다뤄주고 공관에서 초청하는 유력인사가 되어 나중엔 사업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거액을 벌어들이며 사랑마저 얻는 해피 엔딩을 맞게 된다. 사실 돈으로 우리는 많은 것에 가치를 만들고 잣대를 만들어낸다. 


100만 파운드 지폐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신뢰가 바로 그런 것이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나오기 전까지는 얼마나 있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꺼내지는 순간 그 사람은 평가된다. 백만 파운드가 있어도 미래가 없는 사람이 있고 1달러만 있어도 미래가 보이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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