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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9. 2022

2030 출생과 미래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가 없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의 아침 문득 머릿속에서 숫자를 비롯한 통계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어머니는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축이다. 1970년대에는 매년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2000년대를 통틀어 태어난 인구는 50만 명대에 머문다. 거의 50%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즉 절대적인 모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아주 단순하게 50만 명이 매년 태어나서 여성이 정확하게 절반이라고 치자. 25만 명이 무조건 아이를 출산한다고 해야 1년에 25만 명이 태어나는 것이다.


1980년대 생들이 아이를 낳기 시작한 것이 2010년대이다. 2010년대에 아이들의 수는 평균 30만 명대에 불과하다. 2021년에 태어난 아이는 불과 26만 600명에 머물렀다. 2010년 대생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2040년대에는 많이 태어나봐야 한 해에 10만 명 초반대에 머문다는 의미다. 모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예상치는 현재 0.7명대의 출생률을 기반으로 고려한 것이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는 미래에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었다. 물론 사랑이라던가 가족 구성의 의미가 큰 것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출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이는 미래에 자산이라기보다는 부채가 되어가고 있다. 성인이 되어도 자신의 앞가림을 하고 부모까지 챙길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오히려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은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2020년대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갈 것이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국가에서 지출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2020년대이기도 하다. 기회도 많았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돈을 많이 부었던 1960년 대생들이 매년 100만 명씩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할 것이다. 게다가 1950년 대생들의 의료비는 더 많이 증가할 것이다. 확실하게 건강보험은 재정에 문제는 생길 것이다.


지금 정부가 아니더라도 국가는 계속 돈을 더 많이 받아낼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받으려고 할 것이고 국민연금은 더 많은 부담을 주고 적게 주려고 바꿀 것이다. 문제는 그걸 부담할 수 있는 절대적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가 없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 주는 돈을 많이 높였지만 그건 아이를 안 낳으려는 심리를 바꿀 수가 없다.


예전에는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 60세를 기점으로 10년만 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를 공양하는 부담도 자식들이 여럿이 있기에 그나마 부담이 적었다. 그런데 지금은 60세에 수십 년을 살 생각을 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는 많아봐야 1명이다. 1명이 부모 두 명을 수십 년간 부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걸 보는 부부들이 과연 아이를 낳고 싶을까.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가용한 자산도 부족한데 지옥 같은 노년을 기대되는 가운데 아이를 사랑만으로 키울 수 있을까.


한국은 그나마 영국보다 경쟁력이 높다. 금융만을 제외하고 기반산업으로만 보자면 영국보다 미래가 밝다(?). 한국은 영국보다 자동화와 기계화가 훨씬 잘 되어 있다. 즉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이 점점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한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은 그럭저럭 경제 동력을 유지하면서 갈 수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질병을 치료할 근본적인 처방을 한 것이 아니라 마약 같은 진통제를 엄청나게 투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아무것에나 돈을 끌어다가 투자했다. 솔직히 모두들 미친 광기에 휩싸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미래소득은 생각지도 않은 채 수억씩 대출받아 집을 구입했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도 사들였다. 이제 물과 같이 풀렸던 진통제 같은 돈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돈값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가 않다. 우선 가용한 돈이 별로 없다. 정부는 가능하지도 않지만 엄청난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당신의 노후를 보장해주겠다는 말은 안 할 것이다. 대신 아이를 낳으면 주는 혜택은 더 늘리려고 할 것이다. 생산력이 떨어진 당신은 더 이상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이 어려워져 갈 때 얼마 있지도 않은 돈을 날로 먹으려는 사기는 기승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자산이 좀 있는 1960년 대생들은 아주 좋은 먹을거리다. 좋은 일자리는 없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자산을 불릴 방법을 생각하는 그 틈새를 노릴 것이다. 왜냐면 앞으로 30여 년을 살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누구나 나이 들고 적당히 살아도 그 흐름으로 노년을 보냈던 과거는 잊어야 한다. 분명히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생산 가능한 인구는 더 빨리 줄어들어가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재능을 키우는 것만이 미래에 대안이다. 설마 정치에서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면 차라리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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