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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7. 2022

뜨거운 피

뭐가 뜨거운지 모르겠지만 돈에는 피가 없다. 

피는 뜨겁기는 하지만 나온 피는 빨리 식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 피는 끈적끈적한 것이 특징이다. 로마시대부터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노예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우린 모든 사람을 같은 존재로 보고 있을까. 우선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민은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다면 결국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고 그 세계가 불법적이라면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유와 평등, 기회라는 것은 현재의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된다. 스토리구조로만 본다면 뜨거운 피는 뒤죽박죽에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볼만했다. 흔한 건달영화에서 벗어나보려고 했지만 그냥 건달영화의 아류작이라고 할까. 영화 속 배경은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인 구암이다.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짓에서 벗어나려는 희수는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 중인 영도파 건달들과 시종일관 부딪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이다. 모든 사람이 돈과 얽혀 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필자는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빚진 존재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경제적인 여건이나 돈은 미래의 나에게 유용한 돈이기에 내 것이라고 해서 쉽게 써버리게 되면 미래의 나는 비참해질 수 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빚진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희수의 선택은 결국 그를 옭아매게 된다.  

부산에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지금 부산이야 과거의 경제적인 동력을 잃어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부울경으로 기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이미 블랙홀처럼 끌어당겨지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조차 지역에 적당한 예산을 주고 자신은 서울에서 정치생활을 하려고 모든 힘을 기울이는데 지방에 미래가 있을 리는 없다. 

뜨거운 피라는 영화는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열심히 그려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제어되지 못한 욕망으로 인해 망가트리는 것은 결국 자신이 된다. 그것은 뜨거운 피라고 말할 수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떠나버리던가 구렁텅이로 밀어버린 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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