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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3. 2023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

백제 귀엣-고리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국립공주박물관

보통 입장차에 따라 혹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 이런 속담을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자로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이 속담에 맞는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 중에 이 한자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마치 자신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속담은 무엇일까. 이 중 하나는 여성들이 많이 하면 남성들도 가끔 하지만 많지는 않다. 오른쪽에만 걸면 어떤 성적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너무 힌트를 많이 주었는가. 답은 다음에 있다.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는 딱 맞지만은 않다. 코에 거는 코걸이는 우선 심플할 수밖에 없다. 귀에 걸을 수 있는 귀걸이의 디자인이 훨씬 다양하다. 관점의 다양화로 본다면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은 긍정적이고 자신의 일관성을 변명하기 위한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은 부정적이다. 사실 귀걸이의 디자인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귀금속 중에 가장 다양하지 않은가. 왕조시대에 관을 쓰지 않는다면 귀걸이는 귀금속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공주에 자리한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기획전시전으로 백제 '귀엣-고리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귀걸이는 그렇게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이쁜 것은 알 수 있다. 

역사 속에서 귀걸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해 왔다. 물론 재질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황금이 가장 많이 쓰였단. 귀걸이는 귀에 걸어야 되니 고리, 연결고리, 중간장식, 끝장식등으로 구성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끝장식이 귀걸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귀엣고리는 귀고리의 옛말로 백제 귀걸이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견되면서였다. 왕릉 안에는 무덤의 주인인 무령왕과 그 왕비임을 알려주는 지석을 비롯한 5천여 점이 넘는 유물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 크기는 작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은 무령왕과 왕비가 양쪽 귀에 달았던 아름다운 귀걸이였다.  

백제 귀걸이는 이를 만든 장인과 착용한 사람들의 생각 등 당시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은 착용한 사람에게 주목하지만 그걸 만든 장인의 관점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에 사용하는 귀걸이는 삼국시대에서 발전되어 오던 고리 모양에서 바뀐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귓불을 뚫는 것을 금하면서 고리 모양이 점차 사라지고 귓바퀴에 거는 걸이 모양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귀고리에서 귀걸이가 된 것이다.  

백제의 금속공예품은 대부분 화려하게 장식되어 권위를 나타내지만 귀걸이는 상대적으로 간결한 느낌으로 만들어졌다. 간결함의 미학은 끝장식을 단순화하여 간결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귀걸이라고 볼 수 있다.  

금은 가장 보존성이 좋으면서도 다루기가 쉬운 금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천 년 전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장식품의 주재료는 금을 사용하였다. 금세공 기술이 뛰어났던 백제 사람들 역시 모양은 비슷하지만 각기 장식을 달리하며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귀길이를 만들어냈다. 백제가 자리했던 영역에서 발견된 다양한 귀걸이를 이곳에서 볼 수가 있다. 

귀걸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백제 사람들 역시 귀걸이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고 싶은지 볼 수가 있다. 보통 귀걸이는 여자의 다른 외모라는 말도 있다. 

백제시대에 왕비는 왕의 배우자이자 최상층부의 일원이었다. 정치권력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백제와 신라의 왕과 왕비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공주의 무령왕릉과 경주의 황남대총이 있다. 당시 높은 신분의 여성을 부인이라고 하였는데 그들이 착용한 장신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역사 속에서도 귀걸이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현재에서도 귀걸이는 남자와 여자를 이어주는 고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에게 전해주며 고리를 만드는 것이기는 하지만 귀에 걸게 될 그것을 통해 귀에 들어가게 될 말의 소리를 의미 있게 하려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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