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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6. 2023

옛날에 그 집

원주에 있는 박경리의 옛날 그 집을 찾아서...

어떤 글은 둥글게 그린 붓글씨처럼 보이고 수묵화처럼 단조롭지만 선이 아름다울 수가 있다. 말은 풀어나가야 받아들이게 되지만 문장은 응축이 되어도 좋을 수가 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장은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서서히 풀려나가는 인생의 태엽처럼 사람들의 삶을 그려나간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그것만으로 즐겁지 아니한가. 문득 옛날에 찾아가 보았던 원주에 자리한 박경리가 살았던 옛날에 그 집을 찾아가 보았다. 

박경리 문학의 집이 자리한 이곳은 바로 박경리가 살았던 곳이자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 곳이다.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단독주택 주변으로 그곳에서 거주하면서 작품을 써갔던 공간이 보존이 되고 있다. 

박경리 토지 속에서 서희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으로 그 속에서 항상 갈등과 모순이 생겨나게 된다.  

눈이 내려 녹지 않은 이곳을 거닐어본다. 저 위쪽에 흰 주택이 박경리가 살았던 곳이다. 통영에 있는 박경리의 묘소뿐만이 아니라 박경리 기념관, 하동에 자리한 최참판댁을 비롯하여 박경리가 원래 살았던 곳까지 모두 다녀보았으니 이쯤 되면 조금은 그녀의 흔적을 이해하는 것은 아닌가.  

정직하게 사물을 보고 세상을 보라는 박경리 작가의 말을 마음에 담고 떠났다. 자유로운 정신에서 작가는 태어나며 홀가분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사람이 박경리였다. 

박경리도 수없이 바느질을 했을 것이다. 생각 외로 박경리는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나 보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그녀에 비하면 참 취미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물론 글은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것 외에도 관심분야가 많은 편이다. 

매일매일을 나와서 걸었을 마당은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이곳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토지라는 작품을 써서일까. 눈이 내린 곳에 박경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단독주택이 편하기는 하지만 아파트보다 사는 것은 불편하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그렇지만 마당이 있다는 것은 그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환경에도 관심이 많았고 사회문제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였다. 종교, 병원들이 가진 문제를 비판적으로 쓴 작품도 발표했다. 세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글 쓰는 사람들의 숙명인가 보다. 

통영이 충무라는 이름을 가졌을 때 태어나서 이곳 원주에 와서 세상을 떠난 박경리는 딸과 오랜 시간 살았다. 그녀의 소설에서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여성의 비극적인 운명이었담. 그녀의 삶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자신이 자라왔던 환경에 지배를 받기도 하니 말이다.   

눈이 내린 박경리의 옛집을 돌아보고 다시 걸어서 내려간다. 돌로 된 돌담길이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만 같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충무에서 태어난 박경리는 충무김밥을 많이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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